[열린마당]통신장비업체 해외진출

 최근 들어 해외로 진출하는 통신장비 업체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국내 통신장비 기술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성장했음을 의미하며 또한 국내 통신산업에 대한 대외 이미지가 그만큼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지난날 ‘산업화에서는 뒤졌어도 정보화에서는 앞서자’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현재 우리나라의 통신 인프라 및 정보화는 과히 세계적인 수준이다. 여기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자긍심도 대단하다. 그러나 이러한 업체들의 이면을 살펴보면 반가워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국내 시장경쟁이 심화되고 통신 사업자들의 신규 투자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통신장비 시장은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신규 투자가 줄어들면서 신규 수익 창출이 사실상 힘든 상황인 곳이 많다.

 이 같은 현실은 기업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근래 국내 통신 사업자들의 투자 축소 분위기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연초에 발표한 각 사업자들의 투자계획 규모만 보더라도 확연히 드러난다. 때문에 피땀 흘려 개발한 신제품, 신기술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결국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받아주지 않는 기술들을 해외에서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산업구조상 해외로의 진출은 바람직한 것이긴 하지만 내수기반 없는 해외진출은 IT 중소기업에 있어 많은 어려움과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의 많은 벤처기업들은 국내에서 생존하기 힘든 극한 환경에 처해있고, 현실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그동안 축적한 기술, 자본, 인력과 국가 IT 경쟁력이 동시에 사라져가고 있으며, 해외에 싼값으로 팔려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바라보고만 있는 것이다. 몇몇 대기업의 성공신화와 성공지표만이 진정한 국가 경쟁력일 수 있는 지 다시 한번 되짚어 볼 때다.

 최근 세계 IT경기 회복의 전망과 더불어 해외 여러 선진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은 자국의 통신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와 관심을 쏟고 있다. 가장 가까운 일본과 중국은 이 가운데 특히 주목된다.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만 아니라 이들의 우리나라 통신 인프라에 대한 관심과 이를 앞서려는 의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뜨겁다. 또한 이들이 요구하는 제품의 성능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투자대비 수익 측면에서 아직은 투자를 서두르지 않고 있는 고성능의 제품들이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나라 통신환경을 앞지를 수도 있는 보다 앞선 통신 인프라의 구축은 머지않은 미래가 될 것이다. 이들은 우리나라보다 한 차원 높은 고품질의 성능을 요구함으로써 앞으로 구현될 유비쿼터스 환경이나 고품질 VOD 서비스, 디지털 방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통신 환경에 대처할 수 있을 만한 제품이나 이러한 상황에 유연한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

 최고 수준의 국내 통신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통신 인프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이는 통신사업자는 물론 정부차원에서 적극 검토하고 지원해야 할 부분이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외국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간의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다. 지난해나 올해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매출이 이루어진 대부분의 기업들은 최소한 1년 이상의 준비기간을 거쳤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특히 이 같은 국내 통신시장의 어려움을 인식, 미리 준비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외 시장에서 국내 업체끼리 필요 이상의 경쟁이 자칫, 세계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는 호기를 반대 방향으로 몰고 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해외 다른 나라 업체들과의 경쟁이 아니라 국내 업체간 과당경쟁은 결국 다른 나라에만 이익을 미칠 뿐 국내 업체와 국내 산업환경은 머지않아 타격을 입을 것이 자명한 일이다.

 국내 통신 환경과 산업에 대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업체들 역시 기존 국내 시장에서의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저가 출혈경쟁을 자제하고 선의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국내 업체들끼리의 파행적인 입찰 경쟁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 이명곤 우전시스텍 사장 leemg@woojy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