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측이 최근 콘텐츠의 패키지화·번들화를 추진하면서 포털측과의 주도권 경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무선인터넷서비스 분야의 우수 콘텐츠 확보를 놓고 이동통신사와 포털간 주도권 공방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2일 SK텔레콤은 ‘네이트’ 콘텐츠 구매 방식을 기존의 러닝 개런티 방식 대신 턴키 방식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단품으로 제공하는 콘텐츠를 패키지화, 번들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게 SK텔레콤측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이미 10여개 카테고리별 주요 콘텐츠 공급업체(CP)들을 대상으로 턴키 방식의 콘텐츠 공급 계약을 추진중이다. 특히, 게임·뮤직·그림친구 등 콘텐츠가 다양한 분야들의 경우 주요 상위 25개 내외 업체들만 따로 불러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SK텔레콤의 패키지화·번들화와 관련, 포털들은 ‘시장 교란 행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통신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음 관계자는 “턴키 방식으로 콘텐츠를 구입, 공급할 경우 이통사는 패킷 요금만으로도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 이용료 할인은 물론, 무료로 뿌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러닝 개런티 방식은 이용 건수에 따라 CP들과 수익금을 나눠야 하기 때문에 콘텐츠에 대한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턴키 방식은 콘텐츠 가격 책정 자체를 통신사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통신 요금 수익이 없는 포털로서는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한 “상위 몇개 회사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대부분의 CP들도 이동통신사들과의 협상력이 없어 콘텐츠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SK텔레콤 관계자는 패키지화, 번들화의 가장 큰 목적은 소비자들에게 싼 값의 콘텐츠 공급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면에 숨겨진 더 큰 문제는 SK텔레콤의 눈치를 봐야 하는 CP들의 포털에 대한 콘텐츠 공급 여부다.
실제 SK텔레콤과 턴키 방식 공급계약을 체결키로 한, 한 모바일 게임회사 사장은 “계약서상에는 명기하지 않았지만, 지난번 26개 게임 CP들이 모였을 때 다른 이통사는 관계 없지만 포털에 대한 콘텐츠 공급은 묵과하기 곤란하다”는 언질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SK텔레콤 관계자는 “전혀 그같은 말은 한 적이 없다”며 “턴키 방식을 통한 패키지화, 번들화는 소비자들에게 좀더 저렴한 가격에 콘텐츠를 공급, 관련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며 “오히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CP들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