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통업계, 요금 인하 `혈전`

 미국 이동통신업계의 가입자 유치전이 번호이동성 제도를 계기로 벼랑 끝 요금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C넷은 지난해 11월 도입된 번호이동성 제도가 본궤도에 진입함에 따라 그동안 눈치만 보던 미국내 메이저 이통업체들이 파격적인 통화요금 인하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우선 미국 2위의 이동통신회사인 싱귤러와이어리스는 이달 1일부터 일부 우수고객에 대해 야간과 주말 시간에는 매달 5000분의 무료통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또 자사 고객간의 통화에 한해 매달 1000분의 무료통화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싱귤러의 가격인하 전략은 자사 GSM망 고객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1, 3위 이통업체인 버라이존 와이어리스와 AT&T와이어리스도 지난 주말부터 각각 자사 고객간 ‘무제한 정액 요금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는 그동안 자사 고객끼리 음성통화에 대해 매달 ‘일정 시간 이내’에서 할인 요금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번호이동성 제도를 계기로 소비자들의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자 결국 무제한 통화를 도입키로 한 것이다.

스프린트PCS의 경우 지난 연말부터 특정 서비스 신규 고객에게 무료 컬러 휴대폰을 제공한 데 이어 매달 5달러만 내면 자사 고객간의 무제한 통화 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T모바일 USA와 넥스텔커뮤니케이션 등 여타 군소 이통사들도 덩치 큰 경쟁 업체들의 가격 인하 공세에 맞서 이번주 안에 나름대로 파격적인 할인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같은 통신요금 인하경쟁은 최근 번호이동성제도가 안정궤도에 들어가면서 고객들이 더 싼 요금체제를 찾아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촉발됐다. 각 이통사들은 번호이동성 제도 초기 안정적 통화품질, 부가서비스 등을 내세우는 광고전을 펼쳤으나 이제는 누가 더 싼 음성통화요금제를 제공하느냐는 진검승부로 돌입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미국내 이통업계의 요금인하경쟁이 휴대폰으로 게임, 사진 등을 보내는 데이터전송 보다 회사 매출의 95%를 차지하는 음성통화분야에서 승부가 결판나고 업계 전체의 수익성이 악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내리고 있다.

버라이존의 데니스 스트리갈 사장은 최근 한 공식회의 석상에서 “음성통화는 미국 이통업계간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킬러애플리케이션”이라고 언급해 앞으로 음성통화위주의 가격인하정책을 고수할 뜻임을 밝혔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