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어제 청와대에서 발표한 연두 업무보고의 골격은 2.3㎓대역 휴대인터넷 서비스, 위성·지상파 DMB서비스 등 신규 통신·방송서비스 조기 도입과 이에 필요한 IT인프라를 구축하고 여기에 신성장동력 육성을 연계한 ‘신성장 광대역 IT 추진전략’을 펼쳐 올해 일자리 5만개 창출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신규 시장 창출을 비롯한 산업의 파이를 키워 일자리를 만들어가겠다는 뜻이다. 경제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국정의 최우선과제인 만큼 산업부처로서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신규서비스를 조기에 도입한다고 해서 무조건 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소비자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고 본다. 꿈의 이동통신이라고 불렸던 비동기 IMT2000(WCDMA)서비스가 지난해 말 수도권지역 중심으로 상용화됐지만 서비스 시작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사실상 실질적인 가입자가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부 말대로 시장 선도 측면에서 당초 일정대로 WCDMA상용화가 강행됐지만 사업자들은 투자를 가능한 미루고 있고 이에 따라 서비스의 내용과 질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상용화 일정을 준수하라는 정통부의 ‘압력’에 따라 사업자들이 마지못해 ‘시늉’만 낸 결과로 밖에 볼 수 없다.
정통부가 올해 신규 도입을 추진하는 2.3㎓대역 휴대인터넷 서비스, 위성·지상파 DMB서비스가 WCDMA와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추진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문제점들을 사전에 파악, 해결하지 않은 채 정책을 강행할 경우 똑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WCDMA 문제가 조기 상용화와 수익성이라는 정부와 사업자간 견해차로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통신서비스 로드맵을 통신사업자와 공유할 필요가 있다. 통신사업자들의 적극적인 투자 없이 무엇하나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기도 하지만 강제성보다 사업자 스스로 발전을 추구할 때 한 단계 높은 통신강국을 건설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요즘 이동전화서비스 시장에서 나타나듯이 사업자 중심으로 이뤄진 정책 추진으로 소비자가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자원 낭비와 시장 왜곡을 가져온 점을 감안해 앞으로 통신정책이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정통부가 올해 역점을 둬야 할 것은 신규 서비스 도입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현안인 지상파 디지털TV 전송방식 논란을 조기에 종식하고 WCDMA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부터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이것이 IT경기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통부가 이런 점을 감안해 이번에 WCDMA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허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보고했다. 출연금 부담 완화 등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 아쉽지만 WCDMA사업자들이 EVDO수준으로 서비스 품질향상을 하도록 투자확대를 유도하겠다고도 했다. 또 지상파 디지털TV 전송방식 논란을 조기 종식시켜 전국민의 80%가 시청할 수 있도록 가시청 권역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히는 등 해결의지를 읽을 수 있어 그나마 기대를 갖게 한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정통부가 올해 내부적으로 추진하겠다는 3원적인 혁신방안 중 하나인 ‘적극적인 대화’를 바탕으로 현재 혼선을 빚거나 지지부진한 정책들이 관련부처 및 기관, 사업자와 대화를 통해 모두 해결되는 모습을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