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통신 분야에서 맹활약중인 공학도들이 고인인 스승의 뜻을 기리기 위한 대규모의 통신기술 워크숍을 준비중이어서 관심을 끈다.
디지털통신 및 신호처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은종관 교수(1940∼1997)를 따르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 은 교수는 미국 델라웨어대학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한 뒤 미국 메인대학에서 전자공학과 조교수와 스탠퍼드연구소의 책임연구원을 거쳤다. 이 기간 동안 고인은 디지털통신의 동기화와 음성부호, 디지털통신 및 신호처리에 관한 논문을 발표해 전 세계 통신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국외에서 268편, 국내에서 94편에 달하는 논문을 발표했으며 미국과 국내에서 이와 관련 특허권을 7개나 획득했을 정도다.
은 교수는 고국에 돌아온 이후 더욱 빛난다. 20여년 동안 한국과학기술원에 재직하면서 수많은 국내 핵심 정보통신 인력을 양성해냈기 때문이다. 이들 제자들중 국내 정보통신 분야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시니어급 제자만도 150여명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 제자들이 눈에 띄는 것은 스승을 추모하는 사업으로 관련 분야 전문기술 워크숍을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는 것.
올해로 벌써 6회째. 특히 고인의 1주기를 기념해 뜻있는 제자들이 개최한 ‘인터넷시대의 통신사업’이란 주제의 워크숍은 그 탄탄한 내용으로 안팎의 시선을 모았다. 이후 ‘차세대통신망’, ‘밀레니엄시대의 차세대 인터넷’, ‘NGN시대의 멀티미디어 서비스’, ‘트리플 플레이 서비스’, ‘차세대 무선통신 및 관련 SoC 개발’ 등의 워크숍을 매년 개최했다. 올해도 ‘차세대 무선통신 및 관련 SoC 개발’이란 주제로 통신기술 워크숍을 이달 12일 개최할 예정이다.
은 교수를 따르던 사람들은 현재 교육분야에서 가장 큰 활약을 펼치고 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부산대·충북대 등의 대학을 포함해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 ‘은종관 후예들’을 길러내고 있다. 물론 기업이나 연구소, 공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분야별로도 정보통신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선, 이동통신시스템 부문의 이황수 KAIST 교수, 김낙명 이화여대 교수, 이정률 LG전자 부사장, 신병철 충북대 교수, 이용환 서울대 교수, 연철흠 LG전자 상무, 박동수 삼성전자 상무 등이 꾭힌다. 이 중 이황수 교수는 기업체인 SK텔레콤 연구원으로 활약한 경력을 갖고 있다.
유선네트워크 부문서는 최준균 한국정보통신대학교 교수, 조동호 KAIST 교수, 김희동 외국어대 교수, 김영한 숭실대 교수, ETRI 이형호 프로토콜엔지니어링센터장, 송길호 KT 박사 등이 대표적이다. 음성신호 부문의 김남국 서울대 교수, 김형수 부산대 교수, 김상용 삼성종합기술원 상무 등도 배놓을 수 없다.
산업일선에서 창업해 뛰고 있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류승문 카서 사장, 홍승억 MMC테크놀로지 사장, 구준모 엠큐브웍스 사장, 콘텔라 박순 사장, 오진택 삼진시스템 사장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은종관 교수 추모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는 KT의 통신망연구소장인 송길호 박사는 “은종관 교수를 따르던 후배와 제자들이 추모사업으로 다른 것도 아닌 통신기술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 워크숍을 그동안 은종관 교수가 이룩한 업적을 다시금 되돌아보고 무선통신강국으로 올라선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한 뜻 깊은 자리로 승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송 박사는 이어 “이같은 모임은 우리나라 산업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만큼 제2, 제3의 모임이 나왔으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