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입춘이 지나고 봄소식이 멀지 않았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갑신년이 시작되는 것이다. 12년 전인 92년이 한국 게임산업의 원년이었듯 12간지가 한바퀴 돌아 다시 원숭이 해가 된 올해 게임업계에는 역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게임산업의 주력이 패키지에서 온라인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불과 몇 년이지만 게임업계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고무적이고 다행스러운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이 섞여 있어 그 성적표는 반드시 100점이라고 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일부 성공을 거둔 초대형 게임의 등장, 한국게임의 위상이 높아진 것, 그리고 스타 기업의 탄생은 분명 커다란 성과라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는 또다른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시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예상했던 대로 온라인 게임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패키지 게임시장이 증발하다시피한 상황에서 많은 게임업체에게 온라인 게임은 하나의 탈출구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시장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이에 따른 마케팅 비용의 증가와 치열한 시장 경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는 업체의 수익성이 잠정적으로 낮아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두번째는 시장경쟁에 따른 당연한 여파이겠지만 무료화 선언을 하는 게임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사용자와 게임 제공자와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재설정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평생 무료화 선언을 하면 기본적으로는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업체는 수익이 없으면 생존이 힘들어 다양한 간접 수익모델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의 활성화 이면에는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무료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볼 때 직접적인 사용료 징수보다는 저항감이 덜한 유료화 전략이 불가피해진다는 결론이다.
세번째는 다양한 수익 모델이 제시되면서 성공한 게임에 대한 패러다임이 재설정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오락성과 커뮤니티의 두가지 축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떄문에 회원수와 접속자수는 게임의 성공여부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된다. 하지만 수익성은 게임을 유지하고 발전하는 데 꼭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기 때문에 이를 더 중요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앞으로는 성공하는 게임이란 회원수, 개발비 및 시설 투자비 대비 수익률이 높은 게임이 될 것이다. 또한 게임내 아이템의 실거래 여부가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관건이 되기도 하는데 현재 이에 대한 반대의견이 많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아이템의 소유권 여부 및 이를 통한 거래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법적으로 뚜렷한 기준이 없고 이를 무조건적으로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도 성급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네번째는 한국이 세계 온라인 게임시장의 테스트 사이트가 되어가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결과를 세계시장 선점에 슬기롭게 적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아직은 국산 게임 브랜드 이미지가 열악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중국의 성장 가능성은 대단히 위협적이다. 시장규모는 이미 한국을 능가했다고해도 관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이 온라인 게임에서는 세계 어느 시장보다 앞서가고는 있지만 그 지위를 추월당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게임산업은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고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에서 미래를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새해를 맞은 게임업체의 첫번째 화두는 단연코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일 것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의 규모, 순위, 발전 가능성, 수익성, 해외시장 점유율 등이 완전히 달라지게 될 것이다. 각 게임업체들이 변화와 경쟁이 치열해질 2004년, 어떤 사업전략을 내놓을지 자못 흥미진진해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홍동희 막고야 사장 hong@makkoy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