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답답합니다. 마냥 공석으로 놔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부각되는 인물도 없고…”
문화관광부 게임음반과 공무원들은 요즘 좌불안석이다. 기관장급 인사가 단행된 지난 2일 이후 한국게임산업개발원장 자리가 아직 공석이기 때문이다. 전임 정영수 원장이 물러난 자리에 차기 원장 물망에 오른 사람의 윤곽조차 보이지 않는다. 인사는 비밀이 우선인 만큼 철저한 보안(?) 때문이라면 몰라도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 조차 없는 것은 언뜻 이해가 안 간다. 그래서 최근에는 차기 게임산업개발원장을 두고 성은 ‘오’씨요, 이름은 ‘리무중’이라는 우수갯 소리마저 나돌고 있다.
정부가 게임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게임산업의 중장기 청사진을 밝힌 지 3개월 남짓이다. 미래 먹거리로 문화산업을 정하고 그중에서도 게임의 성장성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투자를 늘리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대단위 프로그램까지 나온 상태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문화부는 정책에 앞서 정작 중요한 실행기관 인사에서 보이지 말았어야 할 실책을 범하고 있다. 게임산업의 중요성을 되뇌이면서 업무를 관장할 기관장을 물색하지 않은 것은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모든 사업의 주체는 사람이다. 자리에 있는 사람의 역량, 성향에 따라 사업의 방향은 달라진다. 가장 중요한 사람을 준비하지 않은 것은 누가 힐책해도 할 말이 없다.
주무부처가 산업의 방향을 정하고 새로운 인물을 찾는 것을 뭐라 할 사람은 없다. 게임산업의 강력한 육성의지에 걸 맞는 인물을 찾겠다고 나선 문화부의 의지 또한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준비 없는 산업육성은 결국 혼선만 초래한다는 것을 이번 게임산업개발원 인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
게임산업이 돈 되는 산업이다 보니 부처 간 알력도 심하다. 문화부는 항상 주무부처임을 강조하고 타부처의 공격(?)에 울타리 치기에 여념이 없다. 문화부는 울타리를 치기 이전에 업계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가까운 산업육성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할 때다.
정 원장 퇴임 이후 일주일이 지났다. “봇짐싸다 해 저무는 꼴’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