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시장 `노병`이 돌아왔다

웨스팅하우스·폴라로이드 등 브랜드 강점 살려 PC업체 위협

 한 때 가전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던 미국내 유명 대기업들이 급성장하는 디지털 가전시장에 다시 진출하면서 기존 가전업계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고 C넷 등 외신이 최근 보도했다.

웨스팅하우스, 모토로라, 폴라로이드 등 오랜 세월 미국 경제를 대표해온 대기업들은 새로 뛰어든 디지털 가전시장에서 막강한 유통망을 갖춘 대형 PC제조업체들에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90년대 가전사업에서 철수하고 원자력 발전설비 등 대형플랜트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지난 2002년 디지털TV사업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고 지난 연말부터 자사 브랜드로 디지털 TV를 미국 내수시장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세계 2위의 휴대폰 메이커인 모토로라도 지난해 연말부터 중국 TV시장에 자체 상표가 붙은 평판 TV를 선보였다. 즉석카메라로 유명한 폴라로이드사는 지난해 6월 `폴라로이드 일렉트로닉스`란 자사 브랜드로 DVD레코더를 미국 내수시장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들 `전통있는 대기업`들은 대부분 디지털TV와 DVD레코더, DVD플레이어 등 디지털 AV부문에서 경험이 일천하고 제조라인을 아시아 OEM업체에 의존하고 있어 기술 경쟁력은 취약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들 전통 대기업들이 최고 100년이 넘는 기업 역사에서 나온 `브랜드 인지도`를 내세워 디지털가전 시장에서 델, 게이트웨이 등 대형 PC제조업체들을 가볍게 앞지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의 더글라스 우 사장은 “미국민의 90%가 웨스팅하우스란 상표를 알고 있으며 18∼35세 젊은 세대의 브랜드 인지율도 70%에 달한다”면서 이는 디지털 TV시장에서 경쟁업체를 제압하는데 유리한 경쟁 요소라고 말했다. 웨스팅하우스는 대만의 치메이 일렉트로닉스사를 통해 26∼30인치 LCD TV와 DVD레코더를 공급받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업계 주변에선 현재 플라스마TV시장에서 게이트웨이와 델 등 PC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미국민 대부분이 친숙한 추억의 브랜드로 최신 디지털 TV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시장 경쟁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편 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LCD TV시장은 410만대, 플라스마TV는 110만대였으나 2008년에는 각각 10배가 넘는 4780만대의 LCD TV와 1200만대의 플라스마TV가 판매될 전망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