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대폰업체가 시장 다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관세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팬택, 세원텔레콤, 텔슨전자 등 국내 휴대폰업체가 무관세인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으로 발을 넓히면서 국가별로 5∼20%에 달하는 관세라는 새로운 복병을 만나게 됐다.
특히 최근 한·칠레간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 무산되면서 관세 장벽 때문에 국내 휴대폰 수출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는 수출 국가와 FTA를 체결한 제 3국을 통해 수출하는 우회적인 방법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FTA 체결 외엔 대안이 없다는 반응이다.
팬택은 최근 멕시코에 독자브랜드로 휴대폰을 수출하면서 20%에 이르는 관세를 물어야 했다. 반면 팬택에서 주문자개발생산(ODM)으로 휴대폰을 공급받는 모토로라는 미국과 멕시코간의 FTA 체결에 따라 무관세로 멕시코 시장에 휴대폰을 공급한다.
팬택 관계자는 “모토로라는 최근 멕시코를 통해 칠레에도 무관세로 휴대폰을 수출한다”며 “관세에서 무려 20%의 가격경쟁력을 상실해 중·저가 시장에서 모토로라와 경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팬택은 중남미 시장에서 고가브랜드 정책을 펴고 있다.
국내 중견 휴대폰업체들이 중국의 대안 시장으로 동남아와 중동에 진출하고 있지만, 관세를 피할 수는 없다. 휴대폰 수출시 동남아는 5∼10%, 중동은 4∼12% 가량의 관세를 내야 한다. 국내 대다수 중견·중소 휴대폰업체가 영업이익이 5%를 밑도는 상황에서 관세는 경영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텔슨전자 관계자는 “동남아보다는 무관세로 수출하는 미국 시장의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도 관세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인도의 경우 중국과 함께 단일국가로 세계 휴대폰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수출시 관세가 무려 20%에 달한다. 인도 CDMA 휴대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관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지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인도는 시장의 특성상 중저가 모델이 대부분인데다 관세가 높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장”이라며 “현실적으로 관세를 피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 생산공장을 설립하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해법도 나오고 있다. 맥슨텔레콤은 올해 하반기 인도 시장 진출을 검토하면서 태국의 현지법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키로 했다. 올해초 인도와 FTA를 체결한 태국을 통해 무관세로 휴대폰을 수출, 그만큼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맥슨텔레콤 관계자는 “시장다변화를 추진하면서 관세가 경영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며 “해외법인을 최대한 활용해 관세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가격경쟁력 상실 중…저가품 명함도 못내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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