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에 있었던 국제전기통신연맹(ITU)의 제1차 세계정보사회정상회의(World Summit on the Information Society:WSIS)를 계기로 바람직한 인터넷의 발전과 인터넷 거버넌스(governance)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과 논의가 새삼스럽게 활발해지고 있다.
인터넷이 세계화시대, 지식정보시대의 디지털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라는 데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대국, IT 강국이라고 일컬을 만큼 인터넷의 기술, 기반시설, 관련 산업 및 이용이 활성화된 나라들 중 하나다. 이를 바탕으로 전세계의 디지털경제를 이끌어가는 선진국의 일원으로 발돋움할 것을 목표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인터넷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갈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 나아가 인터넷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하는 국제적인 노력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인터넷은 전지구적, 분산적, 개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우리에게만 국한된 바람직한 발전이란 있을 수 없다. 결국 우리는 지구촌의 모든 나라와 모든 사람들과 공통적으로 바람직하게 발전해 나가는 인터넷에서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우리의 목표를 실현할 수밖에 없다. 다만 활성화된 인터넷을 바탕으로 삼아 세계적인 디지털경제를 통한 국가발전의 중요한 도구로 활용하고자 하는 우리 나름의 바람직한 인터넷의 발전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입장을 감안한 바람직한 방향으로 인터넷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인터넷이 갖고있는 기술적인 매력과 장점이 유지되고 강화되는 발전이라야 할 것이다. 적어도 기술적인 면에서는 정부를 포함한 외부의 간섭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인터넷 이용자, 사업자, 연구개발자 등의 자율과 창의에 의해 운영·조정되고 발전하는 인터넷을 말한다. 둘째로 전지구적인 인터넷의 발전이 일부 특정 국가, 경제주체, 문화권, 언어권에 의해 지배되지 않고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로 인터넷이 지구촌 디지털경제를 지탱하는 인프라로써 국가간의 자유스러운 교류와 교역의 장으로 정착, 확대되도록 하는 국제적인 합의의 틀이 있어야 한다. 넷째로 해킹, 바이러스 유포, 스팸, 지적재산권침해 등 인터넷에서의 범죄와 저해요인에 대한 효과적이고 세계적인 대응방안의 마련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바람직한 인터넷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합리적이고 전지구적인 인터넷 거버넌스의 틀이다. ‘인터넷 거버넌스’라 함은 각국의 정부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 일정한 권한과 수단을 가지고 인터넷에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함으로써 이에 대한 관리, 조정 및 통제를 행하는 과정을 말한다. 현재로는 미국에 본부를 둔 민간공익기구 ICANN이 도메인네임시스템 관장을 통해 인터넷의 전지구적 안정운영을 위한 기술적 조정 역할을 맡아 인터넷 거버넌스의 일부 유사기능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앞에서 언급한 제1차 WSIS에서는 바람직한 인터넷 거버넌스의 틀이 세계 정보사회발전의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하며, 인터넷 관련 공공정책에 관한 권한은 각 국가의 주권에 해당한다고 선언하고, 나아가 UN 사무총장에게 인터넷 거버넌스의 틀을 만들 작업반을 구성하여 그 작업의 결과가 2005년 11월로 예정된 제2차 WSIS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보고해 줄 것을 요구했다.
우리도 IT 강국, 인터넷 대국이라 자처하는 입장에서,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국가발전이 전지구적인 인터넷의 발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이 분명한 이상, 인터넷 거버넌스의 틀을 마련하려는 세계적인 노력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정부, 산업계, 학계, 시민단체, 이용자그룹 등이 고루 참여하는 작업팀을 구성하여 우리 나름의 인터넷 거버넌스의 구체적인 틀을 구상하도록 하고 이를 UN 사무총장이 구성하는 작업반에 참여해, 다른 주요국들과 연대, 또는 독자적으로 개진함으로써 우리의 관점이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 경상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초빙교수 shkyong@kgsm.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