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기 정보화 솔루션 특화전략을

 ‘디지털경제’ 시대에 들어선 지금 IT화를 통한 지식과 정보의 효율적인 창출과 활용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다품종소량 생산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소비자들의 욕구를 신속히 파악, 경영에 반영할 수 있는 유연성 있는 경영시스템을 갖춰한다. 이래야 생산성 향상 등 경쟁력도 높아지고 이는 곧바로 국가경쟁력 향상과 직결된다. 정부가 펼치고 있는 ‘3만 중소기업 IT화 사업’ ‘소기업 네트워크화 사업’ 등 정보화 확산사업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면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5인 이상의 중소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정보화 솔루션에 대한 인식도 및 도입 여부 등을 조사한 ‘중소기업 IT 수요조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 중소기업들의 IT화 수준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중소기업 정보화사업 추진 방향 재점검과 IT기업들의 영업 전략을 올바르게 설정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번 조사 결과 중소기업들이 업종·규모를 불문하고 IT인프라를 갖췄으며 전사자원관리(ERP), 공급망관리(SCM), 고객관리(CRM) 등 3대 정보화 솔루션에 대한 인식이나 도입 의사는 종업원 50인 이상인 중소기업의 경우 높은 반면 50인 미만의 기업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인 미만의 기업은 대부분 IT예산 수립 및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등 주먹구구식 경영이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정부가 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벌이고 있는 중소기업 IT화사업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됨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실 정부의 중소기업 IT화 사업은 정보화 의지가 있는 모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벌이고 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인 만큼 차별성을 둬서는 안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러한 조사결과를 그냥 단순히 넘길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중소기업 정보화 사업 방향이 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함께 새로운 IT 수요를 창출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정보화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는 있다. 기업의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과도한 정보화는 오히려 ‘정보화의 과소비’이기 때문이다. 구멍가게 같은 업체에서 거창하게 ERP를 도입한다면 그것은 도리어 비효율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특히 기업 IT화 사업은 정부의 지속적인 추진의지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게다가 기업의 IT화에는 인력·자금·기술 등의 조화로운 활용이 중요하다. 이런 점을 감안해 기업의 덩치와 업종에 맞는 차별화한 접근전략을 구사해야 중소기업의 IT화 사업은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이번에 솔루션별 도입계획을 묻는 조사에서도 ERP의 경우 필요하다고 응답한 기업이 58.4%인데도 실제 도입한 기업은 33.7%에 불과해 시장 확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SCM·CRM은 필요성조차 미미한 것으로 답했다. 중소기업 IT시장 가운데서도 아직 ERP업계에게 틈새공략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기회의 시장임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외국산 제품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에서 국내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란 외국업체들이 흉내낼 수 없는 한국형 제품으로 승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