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방송사의 소유 규제를 완화하는 방송법 개정안의 입법화 여부를 판가름할 국회 상임위가 나흘(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입법화 실패시 생길 후유증에 업계의 우려가 증폭됐다.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투자와 신규 서비스 도입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뿐 아니라 정부의 행정 규제에도 모순이 뒤따를 전망이다.
SO와 PP에 대한 대기업 및 외국인 소유제한을 완화하는 방송법 개정안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계류중이며,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연내 개정도 불투명하다.
◇SO·PP 소유제한 현황과 개정안=현행 방송법은 SO에 대한 대기업과 외국인의 소유지분 제한을 33%로 규정했다. PP에 대해 외국인의 소유지분만 33%로 제한했다. 이같은 조항은 SO의 디지털화에 필요한 신규투자와 SO의 통합구도를 방해할 뿐 아니라 타 산업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나 산업간 통합추세를 거스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SO 지분제한을 철폐하고, 외국인의 SO와 PP 지분제한은 기존 33%에서 49%로 완화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통과가 불투명하다.
◇정책에 따라 지분을 매입했으나 이젠 팔아야 하는 CJ와 현대백화점=SO에 대한 대기업의 지분제한 폐지를 추진한다는 제1기 방송위의 정책방향에 따라 자산규모 3조 원이 넘는 대기업인 CJ와 현대백화점은 지난 몇 년간 SO 지분을 대거 매입했다. CJ는 CJ케이블넷양천방송·마산방송 등 전국 5개 SO에 대해 33%를 초과해 지분을 소유했으며, 현대백화점은 서초케이블TV방송·디씨씨 등 전국 7개 SO에 대해 33%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 방송위는 현행법을 위반한 이들에게 지난 1월까지 지분매각을 명령했으나, 이번 임시국회에서의 방송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따라 후속처리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방송위 담당자는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하지 못할 경우 내달초 현행법에 따라 이들에게 지분 매각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으며,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처벌을 강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TV뱅킹 활성화도 막는다=케이블TV의 디지털화가 타 매체에 비해 갖는 최대 장점인 양방향방송서비스는 TV를 통한 전자상거래, TV뱅킹, 게임, 정보 제공 등을 가능케 한다. 특히 TV뱅킹은 전화뱅킹·인터넷뱅킹에 이은 제3세대 온라인 금융서비스로 부각됐다. 하지만 PP에 대한 외국인 소유제한 규제가 TV뱅킹 활성화를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TV뱅킹을 위해 사업자가 PP에 준하는 데이터방송사업자(DP)의 지위를 획득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은행·외환은행·신한지주·제일은행 등 대다수 은행의 외국인 지분이 50%를 상회해 직접 TV뱅킹을 할 수 없는 처지다. 특히 TV뱅킹은 이용자가 서비스에 확실히 신뢰해야 하며 금융사고에 대한 보상책임도 분명해야 해 은행 등의 금융회사가 직접 사업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그러나 외국인 지분 50%가 넘는 대다수의 국내 은행들은 TV뱅킹 서비스를 위한 DP의 지위를 획득할 수 없게 돼 있다. 별도 법인을 설립해도 33% 이상의 지분을 투자할 수 없다.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제한 49%=정보통신부는 지난 2002년 6월 부가통신사업자인 초고속인터넷서비스사업자와 디지털미디어센터(DMC)사업자를 기간통신사업자로 편입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따라서 SO는 방송사업자인 동시에 기간통신사업자로서 규제받게 된다.
이 경우 SO는 전국사업자이며 대다수 대기업군에 속한 기존 기간통신사업자들과의 맞불 경쟁이 불가피하다. 또 기간통신사업자는 외국인 지분제한 역시 49%까지 완화됐으나, SO는 대기업과 외국인 지분제한 33%의 규제를 받아 모순된 이중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SO를 지원하는 비대칭적 규제가 나온다 해도 지분제한이라는 원천 규제에서 기존 기간통신사업자와는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
SO 한 관계자는 “근본적인 법 개정이 뒤받침 해주지 않으면 역차별이 발생한다”며, “SO·PP에 대한 지분제한 완화가 이뤄지지 않아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모든 정책이 모순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