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포함한 해외시장을 기반으로 매년 고성장을 거듭해온 벨웨이브·기가텔레콤·이노스트림 등 연구개발(R&D) 중심의 휴대폰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고성장으로 조직의 규모가 커진데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다변화에도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CEO 대부분은 순수 엔지니어 출신이다. R&D만으로 성장해온 벤처기업에서 탈피해 중견기업으로 변모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구조가 됨에 따라 이들 CEO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결과에 따라 회사의 운명도 크게 엇갈릴 판이다.
국내 최대 휴대폰 R&D업체인 벨웨이브는 지난 99년 창업 이후 중국 수출에 힘입어 매년 100∼200%대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올해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중국 휴대폰 시장이 공급 과잉과 함께 테스트 조건마저 까다로워지면서 경영목표 달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벨웨이브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어난 5500억원으로 삼았다.
양기곤 벨웨이브 사장은 “올해 중국의 비중을 줄이고 시장 다변화와 함께 GSM 휴대폰의 메이저 시장인 유럽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직 내부적으로 CEO의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 성장에 맞춰 조직도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직원수는 380여명. 일년전과 비교해 무려 220명 가량이 늘어났다. 지금까지는 벤처답게 임직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살려줬지만, 올해부터는 기업문화 만들기와 함께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통제술을 마련해야 할 판이다.
기가텔레콤은 지난해 매출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인력 규모를 10% 가량 줄였다. 김호영 사장이 수익을 강조하며 일종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다. 올해 매출 목표를 1200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540억원)보다 두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인력규모를 늘릴 계획은 없다. CEO의 능력이 지난해보다 배가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휴대폰 R&D업체들의 규모가 CEO 혼자 콘트롤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고 있다”며 “이들 CEO는 이제 개발이나 영업 하나의 분야에만 매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