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칼럼]인터넷과 `대의정치`

인터넷 파워시대다. 갈수록 사회에 미치는 힘이 막강해 진다. 이제는 정치개혁의 수단으로 등장했다. 구태에서 헤엄치는 기존 정치판을 인터넷을 이용해 변혁시키자는 것이다. 그 중의 하나가 국민의 직접참여를 통한 대의정치다. 그 수단이 인터넷이다. 성과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각 정당은 나름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인터넷 선거전을 시작했다. 비례대표 1-2석을 네티즌 투표로 뽑는다는 방안도 마련했다. 권한은 많은데 책임은 없다는 게 국회의원직이다. 장관보다 좋다는 자리다. 그 자리를 네티즌 투표로 뽑겠다니 과거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네티즌의 참여와 표심을 겨냥한 각 당의 선거 전략이긴 해도 인터넷의 위력을 심감케 한다.

최근에는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인터넷언론 게시판에서 실명을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의 실명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한창이다. 특위 간사간 합의했음에도 각 정당간에도 입장이 다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도입에 찬성이다. 열린우리당은 "언론.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반대다.

인터넷 인구는 해마다 는다. 4월말이나 5월초 경이면 3000만을 돌파할 전망이다. 10대와 20대의 이용률은 90%가 넘는다. 정치가 현실에 바탕을 둔다면 인터넷과 이제는 별개일 수 가 없다. 더욱이 선거연령이 낮아 질 경우 인터넷 세대가 선거판을 좌지우지 할 지 모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7일 인터넷 실명제도를 신설한 것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국회가 앞으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개인의 자기 정보관리 통제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됐건 인터넷은 국민 여론의 광장이자 생활수단이 된지 오래다. 구 소련의 후르시초프 서기장처럼 "강도 없는데 다리 놔 주겠다"는 식의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했다간 당장 들통이 날 것이다.

인터넷을 각 정당이 정치에 도입하면 사이버정당의 등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진성 당원에게 ID를 발급하고 당비를 받아 정당을 운영할 수 있다. 정책도 국민과 동떨어진 것이 아닌 현안을 수시로 파악하고 이를 즉시 반영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하향식 정책이 아닌 상향식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공천 때문에 보스 눈치보는 일도 없을 게다. 돈 공천이나 대규모 인원동원 등의 구태도 근절할 수 있다. 지금처럼 대선이나 총선이 끝나면 부정 선거 시비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 깨끗한 정치, 국민을 위한 대의정치가 가능할 것이다.

소설가 이문열 씨가 그의 산문집 `신들메를 고쳐매며`를 통해 인터넷을 `타락한 광장`에 비유한 것처럼 인터넷의 역기능은 해결해야 한다.

설령 사이버정당이 등장해도 역기능에 대한 철저한 보안책이 마련되지 못하면 시행이 불가능하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하되 음란물. 유언비어 등은 근절해야 한다. 익명성을 가장한 무책임한 폭로도 막아야 한다. 더욱이 개인정보 유출이나 선거테러나 해킹 등은 인터넷 대란을 가져 올 수 있다.

사이버공간의 소유권은 우리다. 인터넷은 열린 마당이다. 네티즌들은 자율정화 노력을 해야 한다. 자칫 인터넷이 통제 또는 검열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먼저 네티즌들이 자율적인 자정노력을 하자. 그래도 안되면 대안을 찾자. 그것이 인터넷 파워시대를 사는 네티즌의 지혜요 책무다.

<이현덕주간 hd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