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제정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공공 기관이 보유하고 관리하는 정보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일반국민에게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이는 국민의 알권리(right to know)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당시로서는 특단의 조치였다.이 법에 따라 많은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들이 각각 정보공개의 범위와 절차 등을 만들어 시행해 왔다. 특히 인터넷의 확산으로 정보 공개 요구가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들은 온라인을 통한 상시공개제도 등을 통해 보다 다양한 정보자원을 공개하고 있다.
이렇듯 정보공개법은 일반 국민의 정보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주요한 수단이 되고 있으나,일반 국민이 아닌 민간사업자가 공공정보를 활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오히려 장애물이 되고 있다.정보공개법상 정보공개 청구자는 명백히 일반 국민으로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상업적 활용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사업자는 정보공개의 청구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민간사업자들에게서 정보공개를 요청받는 일선 공무원들의 정보제공 거부논리다. 특히 공공정보를 민간사업자가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될 수 있는데, 이러한 정보를 솎아내는 일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공공정보 공개를 꺼리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정보를 잘못 공개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책임이나 정보공개에 따른 업무 부담의 과중, 경험 부족 등도 공공정보 공개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그들의 변명이다. 아울러 공공정보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민간 사업자들의 상용화를 위해서 제공한다는 것은 그 정보를 이용하는 납세자에게 이중 부담을 지우게 된다는 반박논리도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변명이나 이유가 민간 사업자들이 공공정보를 활용하는데 장애요인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사실 공공기관이 생성하고 관리하고 있는 정보 자원은 수많은 정보 중에서도 가장 쓰임새가 높은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정보의 양이나 신뢰성에서 공공정보의 효용성은 매우 높다. 다만, 공공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생성해서 제공하는 공공정보의 내용이나 유형은 민간사업자가 그대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공공정보 자체가 민간사업자의 서비스로 연결되기에는 효용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모든 민간사업자들이 공공기관의 원천 정보를 가져다 재가공해서 서비스해야만 이용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즉, 민간사업자가 공공정보를 그대로 가져다 쓰기에는 정보 이용측면에서 가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영세한 사업자들은 공공기관에서 바로 서비스 가능한 수준까지 재가공해서 제공하기를 원하지만 공공기관에서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인력이나 비용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어렵다.그래서 통계청이나 특허청, 법제처에서는 산하에 별도의 독립된 기관을 설립해 해당 부처에서 생성되는 공공정보를 서비스하도록 하고 있다.
민간 사업자들이 공공기관에서 생성한 공공정보를 활용하려고 해도 공공기관이 공공정보를 민간사업자에게 제공하는데 따르는 절차나 과금, 각종 의무권리관계 등 제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적인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또 공공정보 중에는 공공기관에서 원천정보를 생성해 가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원천정보의 출처를 모른 채 사용하는 사례도 많은데 이 경우 이를 민간사업자에게 제공하게 되면 저작권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따라서 일반국민들이 다양한 양질의 정보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노력이 시급하게 요구된다.
특히 EU에서는 공공-민간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대규모 공공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여 서비스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벤치마킹하여 우리도 공공기관과 민간사업자가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 함께 노력하는 길만이 정보의 효율적인 유통을 촉진시키고, 지식정보사회를 앞당기는 지름길이라 할 것이다.
◆ 박재현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 연구조사팀장 pjh666@dp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