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은행권을 중심으로 본격화된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카드·보험 등 제2 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우리·외환·한미·기업 은행 등이 올해 가동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며 국민·신한·하나 등의 대단위 사업도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차세대시스템의 성공을 예단하기는 이르다. 이미 시스템 구축에 나선 몇몇 은행의 작업이 원활하지 못해 당초 목표일정을 맞추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물론 잠시 기술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수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조직’과 ‘의사소통’의 문제를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있다.
실제로 은행의 최고정보책임자(CIO)나 전산부장들은 차세대 사업의 성패는 결국 이를 추진하는 IT조직과 현업 부서 간 원활한 의사소통과 조율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 만난 한 대형은행의 전산부장은 “차세대 등 신규 IT프로젝트의 성공은 내부 조직간에 얼마나 일체화된 의지와 협업 마인드를 공유하고 있느냐에 달렸다”면서 향후 자사가 차세대 프로젝트에 착수할 경우 그 속도는 어느 은행보다 빠를 것이라고 강조할 정도다. 그만큼 기술·자금 보다 사람과 조직이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국민은행 전산정보그룹의 조직개편 및 인사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이번 인사의 저변에는 그동안 신기술 도입 및 기획, 그리고 시스템 운영 등 각 분야의 직원 간 부족했던 전략·정보 공유와 협업 체계 강화를 위한 배려와 전략이 깔려있다.
“새로운 정보시스템도 IT조직의 조화와 응집을 토대로 각 영업점 및 지사 등 현업 부서의 업무프로세스와 융합돼야 진정한 투자대비효과(ROI)를 낼 수 있다”는 김영일 신임 부행장의 지론과도 맥을 같이 한다. 향후 대규모 차세대 프로젝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목되는 대목이다.
금융권은 저마다 상이한 IT환경을 가진 탓에 자사에 최적화된 시스템에 대한 고민과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차세대 프로젝트의 유보 또는 지연은 기업 간 인수합병(M&A), 예산 등의 변수와 함께 조직 환경에 기인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차세대시스템에서도 관건은 사람이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