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가 통신설비를 점검하기 위해 전신주에 올라간다. 그리고 곧바로 안경에 착용 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수많은 전력선과 통신 선로가 엉켜 있는 회로도를 직접 확인한 후 손쉽게 작업을 끝낸다. 도면과 작업 지시서를 확인하기 위해 정비차량과 높은 전신주를 사이를 힘들게 오갈 필요가 없다. 작업이 끝나면 곧바로 전화를 걸어 복구된 통신상태를 직접 확인한다.
벨 캐나다는 최근 고립된 통신 선로 작업자를 위해 사이버넛(Xybernaut)이 개발한 이 같은 개념의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를 실제 도입했다. 일반 의복에 디지털 센서나 GPS, 초소형 통신기기와 소형 MP3플레이어 등을 내장한 웨어러블 컴퓨터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국내에서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삼성, 코오롱 등 기업연구소들이 스마트 웨어를 개발중이며 몇몇 대학의 전문 교수들도 관련 연구를 진행중이다. 이 가운데 용인송담대학 웨어컴 프로젝트팀이 최근 선보인 디지털 조끼(DIGITAL VEST), MP3 조끼, 디지털 EL 재킷 등은 전통적인 의복 개념에서 벗어난 미래형 의류들의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도록 해준다.
용인송담대학 의료정보시스템과 정기삼 교수는 “웨어러블 컴퓨터를 기존의 의복과 컴퓨터가 융합된 새로운 산물로 보고 과거의 접근 방법과는 다른 각도에서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궁극적으로 실현 가능한 디지털 의료 및 패션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 엔터테인먼트 디지털 재킷
회사원인 A씨는 오랜만에 스키장을 찾았다. 그러나 매우 추운 날씨에도 몸은 전혀 춥지 않았다. 스마트 웨어의 체온조절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 스노 보드를 타고 슬로프를 신나게 미끄러져 내려오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고글 하단부에 비친 전화번호를 확인한 결과, 1주일 이상 기다려 온 중요한 바이어의 전화였다. A씨는 속도를 늦추면서 왼팔에 있는 통화 버튼을 누르고 헤드셋을 통하여 통화를 한다. 바이어가 선적 가능한 날짜와 가격을 알려달라고 한다. A씨는 즉각 소매에 부착된 키보드로 물품 재고를 확인하고 운송 스케줄과 환율을 점검한다. 무선인터넷을 할 수 있는 웨어러블 컴퓨터를 입고 있어 다행이었다. 바이어와 통화를 끝낸 후 가벼운 마음으로 오른쪽 소매에 있는 재생버튼을 누르자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 나온다.
◆ EL선을 넣은 디지털 재킷
EL(Electro Luminescence) 은 특수한 재질의 고체에 형광물질을 입혀 전원을 공급하면 빛을 발하는 현상을 말한다. EL 발광체는 빛이 아름답고 선명하며 밝기 조절이 가능해 여러 장식용 재료로 많이 사용된다. 또 가공성, 저전력 동작, 긴 수명 그리고 화려한 광채 등의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EL은 특수 작업환경에서 필요한 기능성 의복과 스키, 사이클링 등의 스포츠 의복, 무대용 의상 등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 어두운 저녁, 안전을 위한 비상등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전력문제는 의복의 표면에 부착된 고효율 솔라셀이 해결해준다. 솔라셀을 활용하면 부가적인 전력 공급 없이도 장시간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사용할 수 있어 웨어러블 컴퓨터 설계시 가장 어려운 숙제인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PDA, MP3 등 멀티미디어 장치의 구동뿐 아니라 사운드의 외부출력이나 의복 내부 습기도 배출할 수 있다.
◆ 위치추적 디지털 조끼
회사원 B씨는 항상 마음 속에 걱정이 많다. 5살 된 아들이 자폐증 증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 바쁜 일정으로 항상 아이를 돌 볼 수 없어 고민하던 중 스마트웨어를 입히기로 결정했다. 스마트웨어는 자기 표현이 자유롭지 못한 어린이를 위해 위치추적과 음성지원 기능을 제공한다. 인체신호를 자동으로 검출해 스트레스나 감성상태도 표시해 주기 때문에 표정으로부터 얻는 것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만약 길을 잃을 경우 GPS를 통한 위치추적도 가능하다. 아이의 건강상태, 기초정보 그리고 주의사항을 엄마의 목소리를 직접 녹음할 수도 있다.
◆ 웨어컴 프로젝트
웨어컴 프로젝트는 교육부 특성화사업의 하나로 정확한 과제명은 ‘시스템 온 칩 설계기술을 기반으로 한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개발과 교육시스템 구축’. 기능성 의복을 중심으로 현재 실현 가능한 기술개발을 통해 컴퓨터 사용성(usability)을 높이는 것이 웨어컴 프로젝트의 1차적인 목표다.
따라서 웨어컴 연구팀은 구성과 접근 방법에 있어 기존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우선,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연구 목표에 접근한다. 웨어러블 컴퓨터는 기술적인 방향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되며 인간요소(human factor)와 문화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다학제적인 연구를 진행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세계적으로도 웨어러블 컴퓨터 분야는 공학자들뿐만 아니라 심리학, 경영학, 산업디자인, 패션 디자인, 예술 그리고 의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접근되고 있다.
따라서 웨어컴 연구팀은 전문대학 특성을 살려 다학제적이고 유연한 연구 접근 방식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스타일리스트과에서 패션의류를 디자인하고 의료정보시스템과와 컴퓨터응용자동화과의 교수와 학생이 기능을 부여하는 형태로 연구가 진행된다.
또 웨어컴 연구팀은 기능성 소재를 포함한 패션 중심의 현실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활동적이고도 첨단기술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한 모바일 청소년 세대에게 기능과 패션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의류는 웨어러블 컴퓨터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 결국, 현재 실현 가능한 기술과 소재를 활용해 상품화에 곧바로 적용하겠다는 의도이기도 하다.
웨어컴 연구 책임자인 용인송담대학 정기삼교수(의료정보시스템과)는 “웨어러블 컴퓨터 분야는 전자 및 반도체, 섬유, 패션 등 다양한 산업간 연계와 각종 학문의 융합을 통해 무한한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차세대 유망 시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