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에 IT를 활용한 전자투표시스템 도입 열풍이 불고 있다.
EU 각국은 보다 나은 투표 환경을 마련하고 선거 결과를 신속·정확하게 집계할 수 있는 전자투표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고 최근에는 선거 개혁의 쟁점으로까지 부상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파리발로 보도했다.
영국과 프랑스 정부 및 각 정당에서 전자투표 도입을 위한 대대적인 실험에 나섰고 EU위원회 등도 의회 및 지방선거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U의 이러한 움직임은 전자투표를 가장 먼저 실시했던 미국 조차 데이터의 부정 조작, 해커 침입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안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먼저 전자투표시스템 도입에 착수한 영국은 지난 2000년 인터넷 등을 활용한 투표의 실험 계획에 시동을 건 상태인데 지난해 5월에는 17개 지방선거구 등에서 약 16만명이 실험에 참가했다.
이 실험에는 인터넷, 디지털TV, 휴대폰 메일, 전용 키오스크단말기 등이 사용됐다. 브리티시텔레콤 등 기업들이 기기 및 노하우를 제공했으며 민간 단체인 아테나 컨소시엄이 전체 운영을 담당했다. 오는 2006년 이후 전국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영국 선거위원회 한 관계자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투표 기회를 제공하고 투표율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에서는 최대 여당인 국민운동연합(UMP)이 2002년부터 당 대회에서 간부 선출, 규약 개정 등 의결 사항에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또 보르도, 난시 등 시 근교에서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인터넷 투표와 더불어 전자투표를 시범적으로 실시했다. 정부는 “조만간 전국적인 규모의 선거에 실제 사용할 계획”이라며 “전자투표야말로 민주주의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도입 붐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인 불안을 지적하는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영국선거위원회는 올 6월 같은 날 동시에 실시되는 EU ‘의회선거’와 ‘지방선거’에 전자투표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독일 지멘스와 프랑스텔레콤 등이 프로젝트업체로서 참여했으나 면밀한 검토 결과 아직은 불안하다는 판단이 내려져 결국 ‘우편 투표’를 통한 선거로 최종 결론이 났다.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촉박하고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었지만 선거 관리 담당자들의 불만과 개인정보 누출, 데이터 조작 등도 그 이유였다고 알려지고 있다.
한편 미국은 오는 2006년까지 전국적으로 전자투표기를 확보한다는 내용의 ‘선거제도개혁법’이 지난 2002년 통과된 상태로 2005년까지 총 3년간 39억달러(약 4조3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놓고 있다. 단지 전자투표기가 오작동될 경우 재집계가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있어 아직 실제 선거에 적용된 사례는 없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3년 5월 선거에서 영국유권자가 이용한 투표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