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데이터방송 등 신규 방송서비스 도입을 위한 방송법 개정이 이번엔 국회에서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니 걱정이다. 무엇보다 통신방송 융합시대에 대비하고 뉴미디어 서비스 시대를 이끌기 위해서는 방송법 개정이 시급히 이뤄져야하는데도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를 거친 개정안이 문광위 전체회의에서 전혀 본질과 다르게 정치에 발목을 잡혀 논의조차 못했다고 한다. 국회 일정을 고려하면 늦어도 26일 국제사법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문광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해야만 이번 임시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방송법 개정안 의결과 관련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여야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어서 16대 국회 통과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 큰 문제는 문광위 전체회의가 열린 지난 23일 문광위가 개최한 방송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조차 이해당사자들간 입장 대립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날 정치권의 정쟁을 방불할 정도로 이해 당사자들이 격론을 벌였지만, 원론적인 이야기만 되풀이했다. 개정안이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대비한 내용을 담고 있다보니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방송법 개정안이 결코 어느 이익집단들의 이해타산의 저울질에 의해 좌우될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방송위와 정통부가 공청회 석상에서, 방송법과 관련한 합의 사실을 밝히면서 관련 산업의 수요 창출을 위해서라도 조속히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해 어느 정도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여진은 남아 있는 듯하다.
물론 우리가 여기서 물론 방송법 개정이 늦춰진 책임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회에서 방송산업계의 중대 현안을 놓고 당론을 앞세워 힘겨루기를 하는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서 서글픔마저 느껴진다. 특히 개정안이 자기들에게 불리하다고 정치인을 상대로 로비하며 소모적 논쟁에 참여했던 일부 대기업과 단체들에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이번에 방송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되면서 빚어질 산업피해와 국가 경쟁력 추락이다. 만약 이번에도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하반기 17대 국회 상임위 구성 이후 새로 법안을 발의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1년 이상의 관련 산업 표류가 불가피하다. 그 만큼 DMB 등 통신방송 융합 관련 신규서비스 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물론, IT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국가전략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당장 SK텔레콤의 경우만 보더라도 내달 12일 일본 MBCo와 공동으로 미국에서 위성발사를 확정한 상황이라 위성의 공전은 물론, 일본과의 위성DMB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방송과 통신의 컨버전스는 세계적인 대세이므로 미루면 미룰 수록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이제부터라도 지루하고 소모적인 정쟁과 밥그릇 싸움을 그만 두고 무엇이 국민을 위하고 산업계를 위하고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설령 이번 개정안이 흡족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문제점은 추후에 보완하면 되는 것이다. 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이 때 16대 국회가 힘을 모아 마지막으로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차원에서 이번 회기에 방송법이 통과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