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4년여간 중단됐던 인터넷PC가 오늘부터 전국 2500개 우체국을 통해 다시 판매된다고 한다. 인터넷PC는 우체국에 개설된 개설된 ‘국민컴퓨터 적금’에 가입한 18세 이상이 2개월분 적금을 미리 내면 36개월까지 할부 구입이 가능하다.
이번에 공급하는 인터넷PC는 센트리노, 하이퍼스레딩 등 최신 기술을 사양으로 채택했고 가격도 중소업체들의 동급 모델 시판가격과 비슷하게 책정했으며 제조사, AS전문회사, 협회가 단계적으로 책임지는 3단계 AS시스템을 갖췄다는 게 업체와 정부측의 설명이다.
인터넷PC는 지난 99년 가격이 싼 제품을 도시 서민과 농어촌 주민 등 정보화 소외계층에 많이 공급해 지식정보화를 촉진하고 특히 지역·계층간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했다. 이 제품의 공급은 단순히 PC라는 기기의 공급 차원을 넘어 부품업체나 소프트웨어 그리고 인터넷 활용 극대화, 전자상거래 확대 등 여러 방면에서 기대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해 상당한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인터넷PC 공급은 이 같은 바람직한 취지에도 업체간 지나친 가격경쟁과 저급부품 사용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시행 1년반 만에 사실상 중단되고 말았다.
따라서 이번 인터넷PC 공급은 과거 실패 사례를 냉정하게 분석한 후 보안책을 마련해 수요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자칫하면 과거 실패한 사업을 구체적인 보안책 마련 없이 재탕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아무리 최근 침체의 늪에 빠진 내수경기 활성화를 통해 중소기업들의 고용창출과 함께 청년 실업문제를 극복하겠다는 좋은 취지로 인터넷PC를 공급한다지만 수요자들이 외면하면 정책 부재를 보여주는 탁상공론이 되기 십상이다.
우선 염려되는 점은 이번 사업에 대기업이 불참한데다 참여 업체수가 적고 사양 및 가격도 시장에서 유통되는 제품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제품에 대한 가격과 성능 차별화가 분명하지 않으면 판매가 생각만큼 늘어나기 어렵다. 최근 PC 구입 추세는 고기능 고용량 제품을 좋아한다. 단순히 약간 싼 제품 공급만으로 수요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음은 유사 제품 구입이나 판매로 인해 사용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해서는 안된다. 정부 인증을 받도록 했지만 과거 유사 제품이 판매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는 인터넷PC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심어 줄 뿐이다. 이번에는 이런 일이 재발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품질 보증과 AS문제라고 하겠다. 농어촌은 도시와는 달리 제품에 대한 유지보수 체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기기라는 게 사용하다 보면 고장이 나게 마련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각종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려 기기 사용이 중단될 수 있다. 이럴 때 즉시 AS를 받을 수 없다면 수요자들이 제품 구입을 회피할 것이다. 참여 업체수도 적고 만약 보급대수가 많지 않다면 완벽한 AS를 해 주기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도 정부가 양질의 PC를 공급하는 것으로 믿었지만 나중에 품질과 부실한 AS로 인해 수용자들이 외면했던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공급을 재개한 인터넷PC가 지식정보화를 촉진하고 나아가 중소기업에 활력을 줄 수 있도록 정부와 해당업체는 품질 보증과 AS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