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탄생 이래 사람들은 생활의 편리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으며, 그 결과 인류의 가장 큰 발명품이라 불리는 자동차와 비행기의 사용이 보편화됐다. 또한 유전자 변형을 통한 음식물의 대량 생산과 장기 보존 기술의 눈부신 발달과 석유화학산업의 발달에 기인한 의복과 주거공간의 발달도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누구도 이러한 문명의 혜택을 누리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만 자동차사고로 매년 수천명(2002년 기준 7090명, 도로교통 안전관리공단)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고, 불치의 병으로 불리는 암(2002년 기준 9만9025건, 보건복지부)과 아토피성 피부염(신생아의 10∼20%) 등이 날마다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해 없어선 안될 요소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람의 지식으로는 예측하기 힘든 부작용들이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얼마 전 TV 매체를 통해 방영된 ‘환경의 역습’이라는 프로그램은 대량 생산과 생활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낸 수많은 화학물질들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여서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불가능한 ‘화학물질 민감증(Chemical Sensitivity)’이라는 병을 심도있게 다뤘다.
사람들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건설된 아파트 내장재들이 면역 기능에 취약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심각한 폐해를 끼칠 수 있는 지를 보여줬다. 또한 인간이 만든 가장 우수한 용제로 불리던 트리클로로에틸렌(TCE:Trichroloethylene)은 발암물질과 오존층 파괴 물질로 규명된 이래로 생산이 중지됐고, 미국에서는 이들 물질을 제거하는 기술개발을 위해 수조원의 연구비를 투입하기도 했다.
이러한 예들은 누구도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화학물질의 안정성을 100%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해 주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매년 2000여종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국내의 경우 현재 3만6000여종의 화학물질이 유통되고 있다. 매년 200여종의 신규 화학물질이 국내 시장에 진입되고 있어서 유해화학물질에 의한 환경오염의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도 유해화학물질이 사람의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여 올해부터 각종 유해화학물질을 생물공학과 나노기술이 융합하여 선택적으로 분리·제거할 수 있는 ‘순환형 환경기술’ 연구를 수행중에 있다.
필자는 작년 11월부터 한달간 교육 및 문화교류 방문 과학자로 미국무성 초청을 받아 현장을 방문한 바 있다. 미국의 경우도 크게 이슈화되는 환경문제 중의 하나는 인간의 건강과 관련된 유독 화학물질, 환경 호르몬, 방사능 폐기물, 각종 중금속 등의 효율적인 제어기술 개발이었다. 이와 관련 첨단 생물공학 기술로 이들 물질을 정화할 수 있도록 미국 에너지자원부(DOE)에서는 ‘자연적이고 가속적인 생물복원연구(NABIR:Natural and Accelerated Bio remediation Research)’라는 대형 국책 프로그램(http://www.lbl.gov/NABIR/)을 수행중에 있었다.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건강한 삶’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인구의 밀집화와 도시화 그리고 좀 더 편리한 생활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사람들의 욕심이 있는 한, 암이나 아토피성 피부염 등의 불치병의 증가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의 역습’을 피할 수 있는 길은 없다.
다만 사람의 활동에서 배출되는 다양한 화학물질을 지혜롭게 제어하기 위한 꾸준한 기술개발의 투자와 끊임없이 편한 생활을 추구하는 인간의 지나친 욕심을 줄이는 것 외에는 없다. 이와 관련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선진국으로부터 지혜를 배우는 것이 필요할 때다.
◆정진영 KIST 환경공정연구부 선임연구원 jyjung@ki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