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T패러다임의 최고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가 가전 및 통신시장을 거쳐 이제는 인터넷 콘텐츠 시장까지 깊숙히 침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디지털 컨버전스란 말그대로 디지털(Digital)과 융합(Convergence)이라는 개념이 결합된 용어다. 음성·비디오·데이터가 각각이 아닌 상호 융합되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탄생하는 프로세스 전반을 가리킨다.
지금까지는 휴대폰에 카메라가 달린 ‘카메라폰’, 휴대폰과 PDA 기능을 함께 갖춘 ‘스마트폰’, 인터넷이 내장된 ‘인터넷 냉장고’ ‘인터넷 전화기’ 등 가전이나 통신제품 등에서 그 사례를 찾아보기 쉬웠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와 같은 산업대 산업간 장벽 허물기 추세가 인터넷 콘텐츠 산업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아니 어쩌면 변화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디지털 컨버전스의 유래는 바로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와 욕구를 의미한다. 하나의 기능만으로 승부를 거는 ‘단품’시대는 지나갔다. 즉 시장에서 개별 제품이 가진 고유 경쟁력만으로는 단품을 엮은 복합품을 이길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카메라 기능을 갖춘 휴대폰이 디지털카메라의 설자리를 좁게 하듯 인터넷 콘텐츠도 하나의 기능만으론 네티즌들을 설득할 수 없게 됐다. 과거 메일·채팅·아바타 등 하나의 컨셉트만으로 존재 가치를 어필하기엔 네티즌들의 입맛이 너무 까다로워졌다고나 할까?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난해부터 열풍을 몰고 있는 블로그(blog)다. 개인 홈페이지와 게시판 기능이 절충돼 나온 블로그는 네티즌들의 호기심에 활활 불을 지피며 포털업체들의 주요 서비스 목록에 등극하는 데 성공했다. ‘1인 미디어’라는 개념으로 대중화에 성공한 이와 같은 사례는 디지털 컨버전스를 통해 전례 없는 하나의 새로운 신개념 서비스를 창조해 낸 경우라 할 수 있다.
기존에 있던 서비스들을 하나로 뭉쳐 성공한 케이스도 많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아바타가 꼽힌다. 아바타와 메신저의 만남, 채팅이나 홈페이지 등과의 만남. 최근에는 아예 게임 속 인물에까지 자신이 직접 만들고 꾸민 아바타가 직접 들어가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이색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는 한때 주춤했던 아바타 산업에 새 영혼을 불어 넣듯 인기를 거듭 부추기는 데 성공했다. 시들해질 수도 있던 네티즌과의 사랑 권태기를 컨버전스를 통해 극복해 낸 경우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융합 비즈니스도 있다. 최근 시도한 자료실과 커뮤니티의 결합한 파일클럽 서비스가 그것이다. 애니메이션·게임·PC유틸리티 등 각각의 자료들을 찾는 그네들만의 공통 관심사가 존재하리란 생각에 자료실에 커뮤니티 개념을 더해 탄생시켰다. 결과는 대성공. 수만명의 네티즌들이 자신이 관심있는 자료 분야에 클럽 폴더를 만들어 놓고 자신이 소장한 정보나 자료 공유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인터넷 사업자들은 머리를 잘 써야한다”는 말은 맞다. 죽어가는 콘텐츠나 사업이 있다고 무작정 버리고 마는 행태는 금물이다. 지금까지 투자해온 돈, 시간 등 기회 비용들을 생각해 보라. 언제 어느 때 영 재미없던 서비스가 대박 서비스로 거듭날지 모른다. 낙심에 앞서 찬찬히 주위를 둘러 보고 머리를 모아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게 급선무다.
문제의 핵심은 네티즌들의 기본 욕구 분석 능력이다. 이미 신기하고 이색적인 각종 서비스에 길들여진 네티즌들에겐 이제 단품 서비스는 눈요기 거리도 안된다. 그들은 한번 클릭만으로 한번 접속만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편리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보다 색다르고 보다 구미가 땡기는 ‘융합’서비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결론은 하나다. 또 하나의 인터넷 성공 신화를 이루고 싶다면. ‘디지털 컨버전스를 활용하라!’
◆안병균 하나로드림 사장 unix@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