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미 GPS시스템 갈등 해소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 문제를 두고 지난 4년간 심화됐던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갈등국면이 소강상태에 접어 들고 있다.

미국과 EU는 브뤼셀에서 열린 이틀간의 회담을 거쳐 위성위치추적시스템인 자국 GPS와 갈릴레오 시스템을 두고 전반적으로 협력한다는 원칙에 합의했으며 일부 ‘법 절차’ 적인 문제도 타결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이 26일 보도했다.

양쪽 시스템이 호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둔 미국과 EU의 이번 결정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경쟁하는 것을 피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이다.이에 따라 양쪽의 갈등 기간 동안 미국의 GPS나 EU의 갈릴레오 시스템 중 선택을 강요당했던 개별 NATO 국가들도 근심을 털어버릴 수 있게 됐다.

미국과 EU 전문가들은 그동안 EU의 갈릴레오 시스템이 미국 GPS의 군사적 사용을 방해할지 모른다는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협상을 벌여왔다.실제 이번 회담에서도 미국은 국가안보이익을 전면에 내세우며 유럽도 자국 GPS를 이미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갈릴레오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U는 이에 대해 상업 및 민간의 목적을 위해서는 높은 정밀성을 가진 위성 추적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상이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이뤄진 배경에는 이번 회담에 앞서 열린 네덜란드 헤이그와 미국 워싱턴 회담 당시의 논의에서 한단계 진전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U는 지난해 11월 갈릴레오의 정부용 주파수 대역을 변경해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이용하는 GPS 위성 암호신호인 ‘M-코드’를 교란하지 않도록 한다는데 동의해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미국은 EU의 제안에 호응해 갈릴레오 시스템의 공공주파수 구조를 GPS 암호체제에 덜 손상을 가하는 방식으로 변경할 경우, 향후 국제 기준을 업그레이드할 때 해당 공공주파수 구조를 이용한다는 데 동의했다.또 미국은 위성항법 시스템 구축과정에 미국 전문가들을 지원한다는 제안도 포함시켰다.

이번 협상에 따라 그동안 미국 GPS의 암호신호를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미국과 종종 충돌하고 비용 문제로 여러 번 어려움을 겪어오던 유럽의 갈릴레오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 될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했다.

한편 지난 2002년 3월 EU의 각국 교통장관들이 모여 개발 계획에 합의한 갈릴레오 프로젝트는 위성과 지상기지 30여개를 이용해 목표물의 위치를 정확히 추적해내는 첨단 항법시스템으로 34억∼36억 유로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