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tele)’ 혹은 ‘텔레비전(television)’이나 ‘텔레커뮤니케이션(tele-communication)’을 의미하는 ‘T’와 ‘거래’를 의미하는 커머스(commerce)가 결합된 ‘T커머스’가 새삼스럽게 장안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T커머스 실용화 이야기가 나온 것은 닷컴 열풍이 한창이던 1999년과 2000년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벤처기업을 만들고 새롭고 획기적인 사업아이템을 찾아 눈 먼 돈을 긁어 모으던 시절이었다. 이런 와중에 새로운 차원의 상거래 수단으로 제시된 것이 디지털TV였고 곧바로 사업계획서가 작성되고 관련 업체들도 줄지어 나왔다.
당시만 해도 시청자가 TV를 시청하면서 리모컨 하나로 상품 검색에서부터 쇼핑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마칠 수 있다는 T커머스 사업비전은 자본가들의 귀를 솔깃하게 했고 이내 주머니를 열게 만들었다.
이때 생겨난 업체들만도 디지털TV네트웍스·클릭TV·한국웹TV·홈TV인터넷·넷TV코리아·티넷컴 등 다섯 손가락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심지어는 삼성·LG·코오롱 등 굴지의 대기업들도 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조성하는 등 사전 정지작업에 착수했다.
이렇듯 T커머스는 많은 기업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지만 디지털TV 전송방식 결정 및 방송일정의 지연 등으로 점점 시들해져 갔다. 이 와중에 설립 초기에 끌어모은 돈을 야금야금 잠식당한 사업체들이 하나, 둘 소리없이 시장에서 사라져 갔다.
이렇게 시장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던 T커머스가 ‘올해 본격적인 디지털TV 방송 개시’라는 희망을 안고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 등이 초보적인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고 관련 솔루션 및 셋톱박스 업체들도 T커머스 시장을 내다보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T커머스 시장의 개화는 뭐니뭐니 해도 본격적인 디지털TV방송 개시에 달려 있다. 디지털TV 방송은 ‘미국식이냐’ ‘유럽식이냐’ 하는 정부와 방송사간의 지루한 줄다리기 때문에 광역시 등으로 서비스 확대가 무기 연기된 상태다. 전자상거래의 신기원을 창출할 수 있는 매력적인 모델로 떠오르고 있는 T커머스 시장이라는 꽃대에는 아직 꽃망울이 없다.
주문정 디지털경제부 차장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