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3세대 CEO가 뜬다

침체시장 새성장 엔진 발굴 중책 떠안아

 우리나라 정보기술(IT) 산업을 선도해 온 통신업계가 최근 몇달간 급격한 세대교체를 잇따라 마무리했다. 새 주역들이 시장의 주인공으로 잇따라 등극하는 추세다.

 세대교체 바람은 지난해 KTF, 하나로통신 등 주요 기간통신사업자의 최고 사령탑이 새 인물로 바뀌면서 시작됐다. 업계에서 차세대 주자로 손꼽히는 주요 임원진들의 대폭적인 물갈이로 이어졌고, 최근 지배구조 개선의 움직임 속에 SK텔레콤까지 현 경영진의 동반사퇴를 선언함으로써 통신업계 세대 교체는 이제 현실로 굳어졌다.

 통신 1세대가 지난 90년대말까지 시장의 씨앗을 뿌리면서 외형성장을 진두지휘했다. 2세대 주역들은 지난 몇년간 통신산업의 외연확대와 대중화를 주도했다. 새로 등장하는 3세대 주자들은 침체된 시장전반에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아야 할 임무를 띠고 있다.

 사회 전반의 세대교체로 상징되는 참여정부의 인물 코드와 꼭 들어맞진 않으나, 통신시장 역시 젊고 참신한 인물들로 채워지는 대세는 거스를 수 없는 셈이다.

 ◇세대교체 준비완료=지난해초 이동전화 2위 사업자인 KTF 남중수 사장이 취임한 것을 필두로 한해 동안 시장 전반에서는 급격한 세대교체가 잇따랐다. 남 사장은 취임 직후 IMT2000 사업자인 KT아이컴과 KTF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데 이어 지난 10월에는 주요 임원진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했다. 당시 인사에서 주목받았던 이는 경쟁사인 SK텔레콤 출신으로 KT아이컴을 거쳐 현재 KTF 전략기획부문장으로 등극한 한훈 전무다.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출신의 윤창번 하나로통신 사장은 통신시장 세대교체 바람을 대세화했다. 지난해 7월 취임후 외자유치에 성공한 뒤 곧바로 단행한 임원인사를 통해 전 신윤식 회장 시절 임원들을 대부분 물갈이했다. 특히 30대 최연소 임원으로 관심을 끌었던 서정식 상무를 비롯, 2명의 부사장과 핵심 임원진 대부분을 KISDI나 외부 전문가로 채웠다. ‘윤창번식’ 색깔로 세간의 흥미를 자아냈다.

 지난해 11월 KT 임원인사도 한참 숱한 말들을 낳았던 새로운 구도. 송영한 부사장, 최안용 전무 등 KT를 이끌어온 두 사람이 일선에서 후퇴하고 김우식 전무, 최문기 전무, 노희창 상무, 전인성 상무, 박부권 상무 등 차세대 주자들이 들어섰다. 민영 KT의 초대 사령탑인 이용경 사장이 취임후 처음으로 자신만의 세대교체 구상을 그려냈던 것이다.

 SK텔레콤도 지난 4년간 SK텔레콤의 고속성장을 끌어왔던 표문수 사장 체제를 마무리짓고, 오너 일가의 일괄 퇴진으로 상징되는 새출발을 선언했다. 조정남 부회장이 성공적인 사업기반을 닦았다면, 표 사장은 확고부동한 국내 1위를 넘어 세계적인 이동전화업체로 부상하는 실적성장을 견인했고, 차기 대표이사로 거론되는 김신배 전무는 새로운 지배구조·경영체제의 수립과 성장엔진 발굴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징=통신시장 세대교체는 사회전반의 변화와 맥을 같이하는 ‘젊고 참신한 인물’들이라는 점 외에도 특징적인 대목이 여럿 있다. 겉으로 볼 때, 새로운 학맥·인맥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KTF 남 사장, KT 이 사장, 하나로통신 윤 사장, SK텔레콤의 신임 사장으로 유력시되는 김 전무 모두 공교롭게도 ‘경기고-서울대(KS)’ 출신이다. 외부 전문기관 출신들의 잇따른 입성도 두드러진다. 통신정책 브레인풀인 KISDI 출신들도 업계 곳곳에 포진했다. 하나로통신의 오정택 부사장이나 SK텔레콤 조신 상무(마케팅부문장) 등이 이들의 맏형격이다. KTF를 포함한 KT 그룹에는 또 다른 독특한 인맥구도가 만들어졌다. 지난해 이후 중용 발탁된 주요 임원진이 대부분 연구소 출신이거나 옛 이상철 사장, 현 이 사장과 무선통신 분야에 같이 근무했던 전력이 있는 기술직이 상당수다. 이런 점에서 최근 차세대 주자로 떠오른 통신사업자의 주요 임원진은 대다수가 최고경영자와 직접 교감할 수 있는 공통 코드를 지녀 안팎의 급격한 상황변화에 긴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는 해석도 나온다.

 통신시장 전반의 물갈이라는 외풍을 타지 않는 통신회사도 있다. LG 통신계열사들은 오히려 그룹 출신 기존 인사들을 전면 배치해 사업 안정화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옛 구조조정본부의 가신 3인방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LG텔레콤 남용 사장은 지난 연말 임원인사시 대부분 임원진을 구조본 출신 인물들로 채워 올해 번호이동성 대전 채비를 서둘렀던 점이 단적인 예다. 데이콤의 이민우 부사장은 LG그룹 재무전문가로 정홍식 사장을 뒷받침하면서 최대 역점 과제인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