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 인터넷과 관련, 기술적 논란이 일단락되고 주파수의 구체적 할당방법과 사업자 선정만을 남겨둔 가운데, 최근 일본에서도 휴대 인터넷형 서비스에 대한 사업자 선정과 주파수 할당이 논란이 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일본 휴대 인터넷 관련 논의의 가장 큰 특징은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촉진’이라는 측면에서 국내와는 달리 이동통신사업자를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IMT2000과는 다른 포지셔닝의 서비스로 정의해 유무선사업자 모두를 선정 대상으로 하고 있는 국내와 달리, 이동통신 3사가 경쟁하고 있는 IMT2000 서비스 시장에 새로운 휴대 인터넷 사업자를 끌어들여 3G 이후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을 촉진시킨다는 전략하에 사업자 선정과 주파수 할당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이동통신 시장 규모는 8조엔으로, 유선전화 시장의 2배를 넘어섰다.이러한 엄청난 규모의 시장을 단지 3개 사업자가 독점하고 있는 데 대한 유선 사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총무성 역시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이용료를 내릴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경쟁이 활성화되지 않은 결과 이용자들이 비싼 이용료를 지불하고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이동통신 시장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몇 개 사업자가 더 등장한다면 이용자들이 더욱 저렴한 요금과 다양한 단말기 선택의 이점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의 휴대 인터넷 서비스는 IMT2000 서비스를 위해 할당돼 있는 2㎓대의 비어 있는 15㎒폭의 대역을 사용, TDD방식으로 제공된다. 현재 유선 브로드밴드 사업자인 소프트뱅크BB, e액세스, NTT커뮤니케이션스 등이 진입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어느 사업자든 선정되고 나면 데이터서비스는 물론 모바일 인터넷 전화(IP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3개 사업자 모두 현재 유선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자사의 인터넷 전화와 무료로 통화할 수 있는 모바일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휴대 인터넷사업자가 만약 음성서비스를 놓고 기존 이동통신사업자와 경쟁한다면 ‘얼마나 매력적인 단말기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장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사업자와 같이 대량 구매할 수 없는 휴대 인터넷 사업자를 위해 단말기 메이커들이 섣불리 대응해 단말기를 개발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기존 단말기 유통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일본 총무성의 휴대 인터넷 전략은 기존 이동통신사업자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의 과당 경쟁으로 기존 사업자의 재무 구조가 악화돼 새로운 서비스나 고기능 단말기 개발 페이스가 늦춰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4세대 서비스의 상용화도 요원해진다. 기존 사업자들은 이동통신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진입하게 되면 밸런스가 깨져 시장 자체가 붕괴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휴대인터넷 시장 진입을 노리는 사업자들은 복수 사업자 진입에 따른 주파수 대역 부족을 걱정하고 있다. 이들은 처음부터 수백만명이 가입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선은 15㎒의 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지만, 가입자가 늘게 되면 추가 대역을 요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한국의 사례를 들면서 일본이 모바일 브로드밴드 강국의 지위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좀더 적극적인 주파수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보다 휴대 인터넷에 대한 논의가 훨씬 앞선 것은 물론, 충분한 주파수 대역을 확보해 놓고서도 여전히 서비스 포지셔닝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아직까지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기존 시장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위협과 너무 보수적이라는 신규 진입 사업자들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이용자 편에 서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 총무성의 행보가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 한성찬 엔터키너 사장 analysis@enterkin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