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의 무선플랫폼 전략에 일대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한국 무선인터넷 플랫폼 시장에 진출하려면 ‘위피’ 규격에 맞춰야 해 한국시장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브루’를 글로벌하게 확대한다는 전략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퀄컴으로선 ‘브루’를 ‘위피’와 호환할 수 있도록 기능을 바꾸든 지,아니면 한국시장을 포기한 채 기존 ‘브루’로 세계 시장을 공략할 것인 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주 방한한 어윈 제이콥스 회장도 한미 통상회의 결과는 물론 진대제 정통부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진 장관이 제이콥스 회장에게 밝힌 원칙은 △무선플랫폼 규격과 엔진은 별개 △무선플랫폼 시장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통신정책의 정당성 △퀄컴 무선플랫폼의 하드웨어 독립성 확보 등이다.
풀어쓰면 한국이 무선플랫폼 규격으로 정하려는 ‘위피’는 ‘위피’는 물론 ‘브루’와 같은 어떤 다른 엔진과도 호환성을 보장하며, 특정 사업자가 특정 무선플랫폼을 채택해 시장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은 통신정책이며 이는 정당하다는 것. 진장관은 또 다른 칩 제조회사의 진입을 막는 ‘브루’의 퀄컴 칩 의존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같은 논리에 대해 제이콥스 회장은 크게 반박하지 못했고 한국의 정책 목표인 호환성에 맞게 기술적 대안을 마련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 자리에선 CDMA칩의 로열티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으나 제이콥스 회장은 로열티에 대한 한국의 부정적인 시각에 적잖은 부담을 갖게 됐다. 진장관은 제이콥스 회장에게 ‘비행기에서 읽으라’며 로열티 문제를 제기한 국내 신문을 건네줬다.
관심을 모은 CDMA칩 로열티 인하 여부에 대해 제이콥스 회장은 일단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면담 직후 기다린 전자신문기자와 만나 “논의 내용이 아니다”라면서도 “한국은 물론 전 세계 CDMA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이며 이에 보조를 맞추면 원천기술을 보유한 퀄컴도 같이 발전하는 것이고, 보다 많은 혜택과 지원을 고객들에게 돌려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렇게 가야한다고 본다”라고 말해 당장 라이선스료를 재조정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매출 구조의 상당부분을 의존한 한국시장에 대해 배려가 있을 수 있으며 현안인 무선플랫폼 전략을 다시 세운 다음에 뭔가 다른 해법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제이콥스 회장은 또 국내 일각에서 제기된 KTF 지분 투자(1%) 회수 관측에 대해 “전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