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은 베이징·상하이와 함께 요새 우리 기업인이 부쩍 많이 찾는 지역중 하나다. 현지 기업인에 따르면 지난 해 중반 이후 선전을 방문하는 기업인이 배 이상 급증했다는 것이다. 업종군으로도 가전·반도체 등 전통 전자 업종에서 소프트웨어·인터넷·통신과 같은 IT업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산업을 망라하고 있다. 특히 초기에는 값싼 제품을 찾거나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려는 목적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아예 이곳에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방문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아마도 이는 중국 선전의 지역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선전은 지난 80년 중국의 첫 경제 특구로 지정된 지역이다. 중국 하이테크 산업의 중심지로 가장 성공한 도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GDP는 3500달러 수준으로 베이징과 상하이(각각 1600달러, 1750달러 가량)보다 2배 가량 높으며 인구는 480만명 가량된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선전을 상하이에 이어 중국내 가장 경쟁력 있는 도시 3위로 뽑았을 정도다.
게다가 선전은 자본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제조와 유통이 절묘하게 결합된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가장 흔하게 찾아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 기업의 생산 공장이다. 가전업체로는 삼성·LG 등이 이미 현지 법인과 대규모 생산 기지를 두고 있으며, 크고 작은 제조 공장이 모두 이곳을 축으로 움직이고 있다. 선전에 공장을 두고 있는 우리 기업만도 무려 100여개가 넘는다.
전자 유통에서도 선전은 중국에서 단연 손꼽힌다. 선전내 화치앙과 상푸 상업구 내에는 우리 용산단지와 같이 싸이거전자, 화치앙전자, 아이화전자, 쭝티엔전자 광장 등으로 구분된 대형 상가가 있으며 여기에는 2만5000여개의 컴퓨터·전자·통신·오디오·비디오 매장이 모여 있다.
하지만, 선전은 지금 ‘복제품의 온상’이라는 오명에 시달리고 있다. 불법 조립된 소니 제품에서 한국산 휴대전화·MP3·게임 소프트웨어, 여기에 CD나 DVD 타이틀까지 정품 못지 않은 비정품이 더 범람한다. 홍콩 인접의 개방 지역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만 하루 30만명에 달할 정도라니 값싼 비정품이 판을 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이테크 집적 지역이라는 명성과 불법 복제품의 온상이라는 그림자가 나란히 공존하는 지역이 바로 오늘의 중국 ‘선전(심천)’이다.
<중국 선전 = 디지털산업부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