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처 이기주의 망령

 “새로운 초·중·고 과학 교과과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대학의 과학 교양과목도 국민교양의 형태로 바꿔야 합니다.”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인력개발연구원 조찬 강연’을 통해 언급한 말이다. 임상규 과기부 차관도 최근 “국가교육개혁위원회의 요청으로 쉽고 재미있는 과학 교과과정과 콘텐츠를 개발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 프런티어 연구개발, 과학기술 부총리제 등 정부의 과학기술 중흥 정책이 10년 안에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구현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면 과학교육체제를 정비하는 것은 그야말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그러나 과학교육 백년지대계의 주춧돌이 될 ‘국가과학기술 경쟁력강화를 위한 이공계지원 특별법안(이하 이공계지원특별법) 제정안’이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통과하면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초안에 담겨 있던 △초·중·고 이공계 관련 교과과정의 질적 개선(8조) △이공계 인력의 대체 군복무제도(18조)가 교육인적자원부, 국방부의 반대로 아예 삭제된 것이다. 특히 교육인적자원부는 이공계 교과과정의 질적 개선안이 기존 ‘과학교육진흥법’과 겹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관할 사항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범부처를 포괄할 법률안으로 추진된 특별법이 과학교육진흥법의 문턱을 넘지 못해 발길을 되돌리는 꼴이 됐다.

 올해 서울대 물리학과의 수석졸업생이 ‘당장 활용키 힘든 기초과학분야라는 이유’로 민간 기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이같은 현실을 타개하고자 과기부가 기술부총리 부처로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수족(부처간 협의)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한낱 낙서판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우리 속담에 ‘지각(知覺)이 나자 망령’이라는 말이 있다. 정부 부처간의 아전인수(我田引水)격 힘겨루기 폐단을 없애고자 기술부총리제를 통한 국가 과학기술 기획·조정·평가 일원화작업이 본격화된 마당에 다시금 ‘부처 이기주의 망령’이 부활할 조짐이어서 실로 걱정스럽다. 국가 미래혁신을 위한 과학기술 중흥이라는 큰 그림을 위한 부처간의 적극적인 협력이 아쉽다.

<경제과학부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