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휴대폰업체인 TCL이 지난해 처음으로 세계 톱 10에 진입하면서 올해 휴대폰 시장에 거센 ’황사바람’을 예고했다. 또 중국 휴대폰업체들이 세계적인 휴대폰 메이저업체의 인수합병(M&A)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서 TCL의 뒤를 바짝 쫒고 있는 닝보버드·콩카·소텍 등이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톱10 진입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교롭게도 이들 기업은 한국 중견업체들의 제조자설계생산(ODM) 방식을 통해 판매량을 늘려온 업체들로 한국 업체들이 스스로 ‘호랑이’를 키운 셈이 됐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휴대폰 시장은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의 약진속에 TCL이 900여만대 가량을 공급, 10위를 기록했다. 중국 업체가 톱 10에 진입하기는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내수 생산량을 보면, TCL이 105만대로 가장 많았고, 디비텔(89만대)·닝보버드(78만대)·콩카(62만대)를 기록했다. 이들은 올해 내수시장과 동남아 수출을 통해 1500만∼2000만 휴대폰을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업체는 이미 내수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한 상태다.
또 세계 8위 휴대폰업체이자 프랑스 통신장비업체인 알카텔은 휴대폰 사업부문을 중국 난징팬더전자에 매각할 계획인것으로 알려져 휴대폰시장의 황사바람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경제일간지 라 트리뷴은 최근 알카텔 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두 회사가 지난달 이같은 계획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중국 업체가 메이저 휴대폰업체까지 인수할 경우 시장다변화를 추진중인 국내 업체들에는 분명 악재다.
이에따라 국내 업체들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시장 다변화를 추진하는 중견업체들은 동남아 등 신흥 시장에서 중국 업체와 정면으로 맞붙을 공산이 커졌다. 중국 ODM 물량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공급량 기준으로 사실상 톱10에 진입한 팬택계열을 비롯해 SK텔레텍, 텔슨전자, 세원·맥슨텔레콤 등도 향후 2∼3년내에 메이저업체로 성장한다는 마스터플랜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업체의 약진은 국내 업체들에 상당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약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기술력이 취약하다. 이들은 한국이나 대만의 ODM을 통해 성장했다. 하드웨어는 많이 쫒아왔지만 소프트웨어는 아직 거리가 있다. 연구개발(R&D)도 취약하다.
전문가들은 “하이엔드 시장에 치중하면서 중국 시장 공략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이엔드 전략을 통해 중저가 시장을 발판으로 성장하는 중국과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중국에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내수 시장도 장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텔슨전자 관계자는 “중국 휴대폰업체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생산공장 설립 등 철저한 현지와 로컬업체 M&A를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