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지털 케이블방송의 수신제한시스템(CAS) 시장을 놓고 한 판 승부를 펼치고 있는 나그라비전과 NDS. 지난달 NDS의 아·태지역책임자인 수 테일러 부사장이 한국을 왔다간지 채 한 달도 못돼 이번엔 나그라비전의 아·태지역 책임자인 피터 이안나죠 부사장이 3일 한국을 찾았다.
피터 부사장은 “NDS와 나그라비전은 모두 시큐리티 시스템이며 언제든지 해킹 당할 수 있다”며 “그러나 NDS는 고객들에게 해킹당한 CAS를 교체하라고 하는 반면, 우리들은 네트워킹을 통해 솔루션 변경, 기존 CAS를 지속적으로 사용케 한다”고 주장한다.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나그라비전의 제품이 장기적으로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피터 부사장의 이번 방한은 올해 국내 디지털 케이블방송 CAS 시장의 화두인 CJ케이블넷과 태광계열의 CAS 물량을 모두 장악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그는 “나그라비전의 CAS는 한국의 TTA로부터 인증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큐릭스와 C&M커뮤니케이션즈에 시스템을 구축한 실적을 가지고 있다”며 재삼 확인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CAS 시장에 대해서는 “2002년 기준으로 아시아시장은 나그라비전의 매출에서 18%를 차지했으며 올해는 23%에 달할 것으로 본다”며 “특히 한국은 기술력과 시장성을 모두 갖춘 시장이라 주목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아시아의 독일과 같은 나라이며 한국에서 자리잡을 경우 아시아 시장 장악에 유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향후 케이블 디지털TV 셋톱박스는 각종 부가기능을 첨가해 비싸게 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싸게 만들어야한다고 조언했다. 피터 부사장은 “인도나 중국의 경우 셋톱박스 가격이 50∼60달러에 불과해 보급이 수월하다”며 “반면 미들웨어 등 부가기능이 들어가 셋톱박스 가격이 고가가 되면 그만큼 케이블방송의 디지털화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