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방송장비업계 주도권 경쟁 시작

셋톱박스 등 신제품 출시 준비 한창

 “디지털방송장비업계, 시장 주도권 경쟁 시작됐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데이터방송 등 새로운 방송서비스 도입을 규정한 방송법 개정안이 2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DMB 장비시장은 물론 디지털화를 앞둔 케이블TV 장비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 DMB 상용서비스를 앞둔 디지털방송 장비업계는 벌써부터 이 분야 시장을 놓고 치열한 주도권 경쟁에 돌입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오는 2010년까지 DMB의 전후방 산업 생산유발 효과가 위성부문만 13조(ETRI 추정)에 달하고 고용효과 또한 2만여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서비스사업자들이 올해부터 직접 관련장비 도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케이블TV의 디지털화에 따라 셋톱박스를 포함한 여타 디지털방송 장비의 도입도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DMB단말기업계 “흥분”=이미 삼성전자가 한발 앞서 DMB단말기 시제품을 내놓고 테스트에 들어갔다. LG전자도 DMB 상용서비스가 시작되면 언제라도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으며 팬택계열도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SK텔레텍·현대디지털테크·사이버뱅크·현대모비스·VK·이노에이스·현대오토넷·파인디지털·퍼스널텔레콤·쏠리테크·디지피아 등 24개(삼성·LG·팬택 포함) 위성DMB단말기협의체 소속 업체들이 자체 칩 혹은 도시바칩을 이용한 제품 출시를 서두르며 올해 400억원 규모로 예측되는 이 분야 시장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이와함께 칩과 안테나 등 DMB단말기 부품업계의 경쟁도 시작됐다. 이미 삼성전자가 DMB칩을 개발한 가운데 인티그런트·유니온디지탈·파츠닉 등도 상용 DMB칩을 개발했거나 개발을 더욱 서두르고 있다. 에이스테크롤로지·SB텔콤·EMW 등 안테나업계도 위성DMB용 안테나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인티그런트 관계자는 “이미 DMB단말기 개발 경쟁에 들어간 만큼 부품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며 “협력과 확보 여부가 시장 판도를 가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계기(갭필러) 특수 온다”=넥스트링크·솔리테크·중앙시스템·C&S마이크로웨이브·SK텔레시스 등이 올해 1000억∼1500억원대의 시장을 놓고 주도권 싸움에 들어갔다. 이중 쏠리테크·C&S마이크로웨이브·SK텔레시스 등이 SK텔레콤의 지상중계기 개발업체로 지난해 선정된 바 있어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넥스트링크 등 20여개 업체들 또한 이 분야 시장 선점 경쟁에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터라 많은 업체들이 상용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며 “우선은 SK텔레콤의 개발협력사로 선정된 업체들이 앞서가고 여타 업체들이 추격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지털TV 장비업계도 기대감 넘쳐=디지털케이블 셋톱박스업계도 올해 기대했던 것보다 2배(20만대) 가량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휴맥스·삼성전자·LG전자 등이 경합에 들어갔다. 휴맥스가 이미 가장 먼저 디지털케이블 셋톱박스 인증을 받고 앞서나가는 중이며 삼성전자·LG전자의 치열한 추격전이 전개되고 있다. 이외에도 수신제한시스템(CAS) 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일단 NDS코리아·나그라비전 등이 큐릭스·C&M커뮤니케이션즈·CJ케이블넷·태광계열 등에 이어 다른 방송사들이 나설 것으로 보고 주도권 쟁탈전에 들어갔다. 또 비선형편집기(NLE) 등 디지털 제작장비 시장을 놓고 아비드·콴텔·피나클·소니·애플 등이 기세 싸움에 들어갔다. 데이터방송 솔루션 시장 역시 알티캐스트·에어코드·디티브이인터랙티브 등이 예상되는 시장을 놓고 주도권 쟁탈전을 준비중이다. 컴텍코리아 관계자는 “SO들이 자금 문제를 해결하면 디지털화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며 “제작·송출장비 분야도 올해 40% 정도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망=일단 개정된 방송법이 통과된 만큼 장비업체간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따라서 이달부터 당장 업체간 제품 출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더구나 대기업·외국기업의 소유 제한 완화 조치로 인해 자본 유입의 길이 터진 만큼 인수합병 물살과 함께 대규모 장비 도입도 예상할 수 있다. 또 국내 시장이 활성화할 경우 해외 시장 공략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지상파 디지털방송 전송방식 등 아직 선결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는 만큼 장비업계의 기대감은 곧바로 현실화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방송제작기술협회 이한범 사무처장은 “위성DMB의 경우 일부 장비 수요가 있기는 하겠지만 디지털방송의 경우 전송방식의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