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성 효과 이달부터 `시들`

휴대폰 수요 감소…업자 재고량 부담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휴대폰 시장 규모

 이달부터는 번호이동성 효과가 감소하면서 국내 휴대폰 시장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휴대폰 시장은 올해 번호이동성 시행으로 1월 180만대, 2월 190만대 등 사상 최고의 호황을 구가했지만, 번호이동성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데다 통신위원회가 번호이동성을 빌미로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한 사업자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휴대폰 판매가 감소세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휴대폰 시장의 공급량이 지난달을 정점으로 이달부터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월 번호이동으로 발생한 신규가 30만대를 넘어섰지만 지난달에는 20만대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번호이동의 효과가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번호이동 효과 감소로 이달에는 전달보다 시장규모가 20% 가량 줄어들 것”이라며 국내 시장이 150만∼160만대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LG전자 관계자도 “통신위원회의 조치로 사업자들이 번호이동 마케팅을 자제할 공산이 크다”며 “휴대폰 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업자들이 안고 있는 재고량도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동전화서비스업체들이 번호이동에 대비해 휴대폰을 실제 수요보다 20∼30% 이상 구입, 호황을 구가했던 지난 두 달 동안에도 국내 휴대폰 시장에 ’허수’가 있었다. 사업자들이 재고 물량 소진을 위해 휴대폰 구매에 소극적으로 나설 경우 제조업체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휴대폰 시장의 규모가 줄어들 경우 업체간 역학구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휴대폰 시장의 규모가 줄어들수록 1위 업체인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올라갔던 점을 감안하면, 번호이동성 효과 감소는 삼성전자에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2, 3위 업체인 LG전자와 팬택&큐리텔은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최대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누가 많은 물량을 공급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지만, LG텔레콤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다. LG텔레콤이 전략적으로 같은 그룹사인 LG전자로부터 휴대폰을 공급받을 경우 팬택&큐리텔은 상당히 고전할 수 있다. 반대로 팬택&큐리텔이 SK텔레콤과 KTF를 공략해 LG전자를 바짝 추격할 가능성 또한 열려 있다.

 LG전자가 삼성전자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을지, 아니면 팬택&큐리텔이 희망대로 LG전자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가 시장 변화에 따른 관전 포인트다. 또 지난 두달 연속 10만대를 훌쩍 넘어서는 판매고를 기록했던 KTF테크놀로지스와 SK텔레콤의 관계사인 SK텔레텍의 선전 여부도 관심거리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