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제정한 독자 무선랜 표준 제정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간에 무역 분쟁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돈 에반스 상무장관, 로버트 조엘릭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 정부에 대해 무선랜 암호표준 의무화 규정의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고 4일 보도했다. 중국 고위 관리에게 지난 2일 전달된 이 서한은 중국정부가 추진 중인 무선랜 암호표준이 국제무역질서를 해치는 장애물이며 즉시 철회되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통령을 제외하면 사실상 미국 통상분야 최고위 관료들이 공동으로 ‘경고성 서한’을 중국측에 전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중국의 독자 무선랜 표준추진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미국측의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중국 정부는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지난 12월 국제적인 무선랜표준인 802.11x와 다른 자체 무선랜 암호표준을 마련, 자국내 모든 WIFI기기에 의무화하는 한편 암호코드를 24개 자국 업체에만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국제 사회로부터 비난 여론이 거세자 중국측은 독자 표준법령의 시행일정을 오는 6월 1일로 연기했지만 몇 달내 외산 무선노트북을 비롯 휴대폰, 페이저 등의 대중 수출은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특히 델, HP 등 미국 IT기업들은 중국 정부가 말도 안되는 무역규제를 내세워 중국업체와 합작, 기술이전을 강요한다면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240억달러의 대중국 무역적자를 기록한데다 일자리 해외 유출에 대한 국내여론을 의식한 미행정부는 결국 본격적인 ‘중국 때리기’에 들어갔다.
로버트 조엘릭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WTO가입국인 중국이 자유무역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며 대중 무역보복의 가능성을 경고했다.그는 지난주 “미국이 개발하면 중국은 카피한다”면서 중국 정부가 특허권 보호에 대해 소홀하며 중국 관리들이 WTO가입에 대한 책임을 교묘히 회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미국 관리도 중국 정부가 미국산 반도체 일부에 대한 수입규제를 풀지 않을 경우 WTO에 제소할 뜻을 시사했다. 백악관도 중국 정부는 위앤화를 평가절상해야 한다며 행정부의 대중무역 압력을 거들고 나섰다. 대선을 앞둔 미행정부로선 무선랜 표준문제를 기회로 중국과 본격적인 무역분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