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현금이 바닥났다’
소니가 지난해 큰 폭으로 이익이 감소하며 ‘소니 쇼크’를 일으킨데 이어 올해는 현금 유동성에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일본 경제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소니는 이달 말 마감하는 2003 회계연도(2003년 4월∼2004년 3월) 결산에서 순현금수지(프리캐시플로우)가 전년도의 1473억엔 흑자에서 거의 제로(0) 수준으로 격감할 전망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4일 보도했다.
소니는 작년 4월부터 12월까지의 1∼3분기 동안 순현금수지가 2087억엔의 적자를 기록, 전년 동기의 984억엔과 비교해 크게 악화됐다.특히 지난해 손실 처리된 금융비를 제외하더라도 770억엔의 적자를 기록,전년 동기의 2220억엔 흑자에서 적자로 반전될 것으로 보인다.다만 이 달까지 포함해 4분기에는 수익을 최대한 올려 1년 전체 결산에서 적자는 겨우 모면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소니의 현금 사정이 이처럼 악화된 것은 우선 이익의 대폭적인 감소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순익은 일렉트로닉스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벌인 구조 조정의 영향으로 전년의 절반 수준(550억엔)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소니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주된 요인은 대규모의 설비투자로 분석된다. 2003 회계연도 설비투자액은 3500억엔으로 전년에 비해 30%나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게임 사업 부문에는 반도체 설비 확대를 목적으로 전년의 3배에 가까운 1150억엔을 쏟아 붓고 일렉트로닉스(전자) 사업 부문에 대한 설비투자도 전년 대비 2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앞으로도 몇 년간은 소니의 자금 사정이 나아지기 어렵다는데 있다. 소니는 향후 3년간 반도체에 총 5000억엔을 투입할 계획이며 상품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가기 위해 무려 1조엔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와 관련, 소니 측은 ‘신규 투자로 인한 순현금수지 감소는 견딜만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금고에 돈이 바닥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