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세계 모니터시장에서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게 됐다고 한다. 유럽연합(EU)이 이달부터 디지털 비디오 인터페이스(DVI) 단자를 내장한 LCD 및 PDP모니터를 TV로 간주해 14%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만약 내달초로 예정된 EU위원회의 최종판결에서 이 같은 방침이 확정될 경우, 현지에 생산체제를 갖춘 국내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이 지역 시장 점유율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유럽 역내에 생산 공장을 가동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며 후속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하니 기대해 봄직하다.
잘 아는 것처럼 모니터는 우리의 대표적인 수출 주력 품목 중의 하나다. 우리가 경쟁력을 확보한 모니터가 유럽시장에서 1위 자리에 등극할 수 있다면 해당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적으로도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현재 유럽에서는 델이나 HP·IBM 등 미국 업체들이 모니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시장점유율 20%대로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말 브랜드를 기준으로 한 세계 LCD모니터 시장점유율은 델이 19.1%로 1위를 차지했다. HP가 12.9%로 2위를 기록했고 삼성전자는 9.6%로 그 뒤를 이었다. LG전자는 3.3%로 5위에 머물렀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 9.9%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가 4분기에 안타깝게도 처음으로 3위로 밀렸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연합이 DVI단자 장착 모니터에 14%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제품 가격이 상승해 상대적으로 영국에 생산시설이 있는 국내 기업들은 관세를 면할 수 있어 마케팅이나 가격경쟁력에서 유리하다. 물론 델이나 HP, IBM 등이 이의신청을 한 상태여서 그 결과가 우리 기대처럼 될지는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델이나 HP·IBM의 LCD모니터·PDP에 대해 14%의 고관세가 확정될 경우 국내 업체들은 유럽에서 시장점유율 1위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지역은 물론이고 세계 LCD모니터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더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경쟁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에 따른 경쟁력 우위를 바탕으로 한 시장 점유율 확대만을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보다는 지속적인 품질향상과 가격경쟁력 그리고 글로벌 마케팅 활동 등을 통해 세계 시장을 꾸준히 공략해야 모니터시장 세계 1위라는 기록을 수립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부단한 품질 개선과 시장 공략에 힙 입어 세계 모니터 시장의 선두 그룹에 진입했지만 1위 업체와는 시장 점유율에서 아직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런 격차를 해소해 1위 고지에 올라서려면 기술과 가격, 품질 면에서 경쟁 제품보다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우리가 기술과 가격, 품질 면에서 앞서지 못하면 모니터 시장의 절대 강자로 등장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국내 업체들은 이번의 호기를 놓치지 말고 우선 유럽지역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1위를 탈환하고 부단한 기술개발과 품질개선, 철저한 사후관리로 세계 시장에서도 최대 주주 자리에 올라서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해당 기업들의 분발과 재도약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