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IT세상의 모든 길은 인텔로 통한다.” “이제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는 가고 인텔 에브리웨어(Intel Everywhere)시대가 온다.”
반도체제국 인텔이 컴퓨터를 넘어 통신과 가전분야로 시장영역을 확대하는, 35년 역사상 가장 야심찬 도전에 나섰다고 비지니스 위크가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올해 64세를 맞은 크레이그 배럿 인텔 CEO의 마지막 베팅으로 불리는 이 계획은 한마디로 컴퓨터 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디지털기기에 인텔칩을 넣겠다는 전략이다.
인텔이 새롭게 노리는 반도체 시장은 휴대폰, 디지털 TV, 무선 홈네트워크, 의료기기 등 10개 아이템(도표 참조)인데 이들 시장은 TI와 모토로라 등이 이미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둔 상황이다. 하지만 크레이그 배럿은 지금 인텔이 컴퓨터뿐만 아니라 다른 시장에서도 선두에 나설 것이라고 자신만만하다.
반도체 거인의 이같은 방향전환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인텔이 본업인 PC와 서버용 칩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크레이그 배럿은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반도체 시장의 침체기 동안 첨단 12인치 웨이퍼공장과 신형 반도체 개발에 무려 28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무모하다는 손가락질속에 감행된 대규모 시설투자는 지난해 하반기 IT경기의 회복과 함께 인텔에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 줬다.
올해 인텔의 순이익은 전년대비 46% 증가한 82억달러, 매출은 15% 증가한 347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게다가 인텔은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서 어떤 경쟁업체도 따라잡기 힘든 능력을 확보했다. 인텔은 내년도 90나노공정의 최신 반도체공장 5개를 가동해 하루 125만개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반면 TI와 AMD, IBM이 내년에 가동할 90나노 공장설비는 각각 하나뿐이며 하루 반도체 생산량도 인텔의 1/5수준인 25만개에 그칠 전망이다.
이같은 코어사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인텔은 통신, 가전시장을 무섭게 개척하고 있다.인텔은 특히 1000억달러 규모의 세계 가전시장에 표준화된 반도체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제공, 보다 작동이 쉽고 값싼 가전제품을 양산한다는 전략이다. 인텔 관계자는 특히 연말까지 디지털TV 가격을 거의 절반으로 낮출 신형 반도체칩을 공급한다고 장담해 소니, 필립스 등 기존 대형 가전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비장의 무기는 통신용 칩이다.인텔은 현재 노트북, PDA에 인기리에 보급되는 근거리 와이파이(Wi-Fi)칩에 이어 30마일의 수신거리를 갖는 광대역 와이맥스(WiMAX) 전용 통신칩을 내년부터 양산할 방침이다. 와이맥스기술은 인구 수만명의 소도시의 경우 불과 10만달러 규모의 설비투자로 시 전체를 완벽한 무선인터넷 환경으로 구축할 수 있어 광대역 서비스시장에서 경쟁력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인텔의 새로운 도전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도 만만치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텔이 PC시장의 성공에 도취한 나머지 익숙치 않은 다른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우려한다.하지만 최근 인텔은 신규사업 추진과정에서 지난날의 실패를 교훈삼아 다른 기업에 표준을 강요하는 거만함 대신 매우 협조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거인 인텔이 새로운 사업영역에서 성공할지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변신을 추구하는 노력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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