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유비쿼터스와 남북한 공간

지금은 유비쿼터스가 화두가 되는 시대다.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원하는 정보를 얻고 활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마크와이저가 제기한 지 10년 만에 표면화되고 핵심적인 이슈가 되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란, 모든 인공물에 컴퓨터 기능을 심어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함으로써, 사람 또는 기기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실시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사회개조를 위한 변화와 새로운 양태의 시민생활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 기대되며, 다양한 측면에서 이에 대한 연구·개발작업도 수행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배경으로 향후 유비쿼터스의 진전과 함께 남북한의 공간변화를 예상해보는 것은 흥미있는 일이다. 북한의 정보화 수준이 상대적으로 크게 뒤쳐져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며, 특히 국민생활과 밀접한 부분에서의 정보화는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정보화와 관련시켜 유비쿼터스를 논한다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공간의 개념으로 접근해본다면 충분히 관심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정보화가 물리적 현실공간을 가상공간으로 옮겨 건축하는 것이었다면,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을 융화시켜 이 둘의 구분을 없애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물리 공간이 어떤 상황이든지. 또 그곳이 어디든지 컴퓨팅이 가능하도록 인간이 제어함으로써 상황 파악이 가능하게 된다.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인간의 삶은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독립적인 개인으로 존재하게 되며, 동시에 서로 네트워크에 연결된 사회 속의 일원이 된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핸드폰을 통해서도 조짐이 나타내고 있다.

유비쿼터스는 개인의 감시체제에도 활용될 수 있어 통제의 강화라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유비쿼터스의 탄생 정신은 자유로움과 편리함이다. 유비쿼터스는 철저하게 개인지향적인 환경이다. 예를 들면 유비쿼터스 교육의 경우 창의적이고 학습자가 중심이 된 교육과정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과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접속을 통해 획일적이거나 강제적이지 않고 다수의 학생들에게 각자의 개별화된 욕구에 따라 학습이 이루어지게 하는 한편, 그러한 학습환경에서 부모 및 교사들과의 상호작용은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유지된다.

이러한 자유로움의 정신을 담은 유비쿼터스의 물결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사이에 북한의 정보화 수준을 높임과 동시에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에서도 정보화의 진전과 함께 물리적인 경계를 뛰어넘는 표출의 욕구와 개별적인 대화의 욕구가 크게 증대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남북한의 대화채널과 연결고리가 훨씬 더 다양해지고 둘만의 긴밀한 대화가 가능하게 될 것이며, 서로의 만남에 대한 욕구도 훨씬 더 자연스럽게 표출되게 될 것이다.

최근에 북한의 경제시스템이 점진적으로 실리적 개방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정보화가 진전될수록 북한의 변화와 개방화는 더욱 촉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남북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단일팀을 파견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또 올 8월에 열리는 아테네올림픽 개막식 공동입장도 추진되고 있다. 이것도 남북의 공간을 더욱 긴밀하게 만들어가는 징후일 것이다. 인내와 포용성을 갖고 대화의 통로를 다양화하고 상호 교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남북한의 공간이 모두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공간으로 정착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아마도 유비쿼터스 환경이 실현되는 2020년쯤에는 훨씬 더 자유롭고 따뜻한 대화들이 남과 북을 오가는 흥겨운 정경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마저 갖게 해 준다. <류영달 (한국전산원 정보화기획단 수석연구원) ryooyd@n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