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장인을 찾아서](9)삼성전기 위성권 부장

 ‘현대판 고려 청자를 빚는 도공’

삼성전기 위성권 부장(41)은 현대판 도자기류인 적층세라믹콘덴서(Multi-Layer-Ceramic-Chip-Capacito)를 올해로 14년 째 굽고 있는 인물이다. 비록 MLCC 분야에서는 무라타·TDK·교세라 등 일본 업체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그는 MLCC에서 옛 선조의 뒤를 이어 고려 청자의 명성을 되찾는 데 열중하고 있다.

  MLCC는 물을 저장하는 `댐`처럼 완제품이 적당한 전류를 필요할 때 저장하고 방출하는 기능을 가진 세라믹 캐퍼시터의 일종으로 모든 전자 제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기때문에 흔히 산업의 쌀로 비유되는 전자부품이다. 특히 완제품이 소형화됨에 따라 모래알 크기의 MLCC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위성권 부장이 MLLC에 입문하게 된 동기는 지난 89년 삼성전기 입사한 후 지난 92년부터 MLCC 신공법 도입을 검토하면서다. 물론 이전 과학기술원(KAIST) 재학 시절에 ‘MLCC 롤 투 롤(Roll To Roll) 신공법 개발‘ 프로 젝트에 참여하고 국방과학연구소에서 MLCC의 원재료가 되는 세라믹 관련 업무를 수행한 경험도 MLCC에 애정을 갖고 참여하게 된 요인중 하나다.

위 부장은 그 시절 국내 MLCC 산업은 척박한 상황이었다고 회고한다. 지금은 삼성전기가 월 80억 개의 생산량을 보유, 선진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당시 일본이 휩쓸었고 12년 전 삼성전기는 월 1억 개 수준으로 세계 시장에 명함을 내놓기 부끄러울 정도였다고 한다. 게다가 수작업에 의존하다보니 고용량 제품 개발은 엄두도 못냈다.

위 부장은 “삼성전기는 국내의 금성전기(현재 LG이노텍)·삼화콘덴서보다도 뒤져 있었으며 생산하고 있는 제품도 미국 협력 업체의 기술 지원에 의존해야 할 정도로 단순생산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MLCC가 내수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2002년부터 삼성전기의 1위 육성 품목에 채택돼 집중 육성하게 된 배경에는 지난 89년부터 꾸준한 신제품 개발에 몰두해 온 위성권 수석 부장의 남다른 노력이 뒷받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생산하고 있는 제품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MLCC의 재료에서 설비조건, 작업조건에 이르는 모든 공정을 바꿀 것을 계획했습니다. 이에 따라 저온 소성이라는 기존의 생산방식을 고온 소성으로 바꾸었으며, 이를 통해 삼성전기만의 독자기술을 구축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일본 업체들이 MLLC 공정 기술을 마치 ‘블랙박스‘처럼 외부에 공개하기를 꺼렸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즉 독자 공정에 맞게 개선하고 문제점이 발생하면 또 개선하는 등 거듭된 실패가 노하우로 축적돼 자체적인 설비 개발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한다.

특히 위 부장은 지난 95년도 일본 MLCC업체만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1005(1.0X0.5mm) 크기의 초소형 제품을 국내 최초로 개발, 국산화했다. 올해는 이보다 더 작은 0603 제품을 선진업체와 대등한 시기에 개발 완료하는 등 10년만에 삼성전기의 MLCC 사업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에게 또 한번의 어려움은 97년에도 일어났다. MLCC 내부 전극 재료인 팔라듐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150 달러에서 무려 800달러로 급등, 사업 자체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 일로에 들어선 것이다. 내부 전극 대체 제품 개발 여부가 사업의 존망과 직결된 사안이었다.

위 부장은 내부 전극을 팔라듐에서 저렴한 니켈로 바꾸는 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그 결과 MLCC의 가장 큰 문제점이던 재료비 부분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는 니켈 재질의 내부 전극 제품을 98년에 개발 완료함으로써 2000년 MLCC 부문이 4500억 매출에 1500억 이익을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당시 위 부장이 만의 하나 니켈 재질의 내부 전극을 개발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삼성전기는 존재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삼성전자 등 완제품 업체들은 외산 제품에 의존함으로써 가격 경쟁력 제고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었을 지도 모른다.

2000년 4월에는 세계에서 3번째로 니켈 전극 보다 특성이 우수한 구리전극 MLCC(기존 제품보다 10배 이상 비싼 고가의 제품)라는 제품을 개발, 미래 고주파 기기 시장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회사의 수익성 제고에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의 집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위 수석은 지금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MLCC 제품군을 한 개에 1000원이 넘는 고수익 제품으로의 전환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고용량화가 그것이다. 고용량인 100㎌에 유전체두께 1.5㎛·적층수 800층으로 이뤄진 제품과 유전체 두께 1㎛의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또 초소형화를 위해 0603 크기의 상용화에 노력하고 있으며 0402 크기의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위 부장은 “고신뢰성 제품은 고압 MLCC와 전장용 MLCC로 대표될 수 있는 데 고압품의 경우 500V∼3000V 제품까지 생산하고 있다”며 “향후 5000V 제품·AC제품도 개발하고 전장품의 경우 열 충격성 3000∼10000CYCLE 제품도 개발한다”고 말했다.

“MLCC는 수동 전자부품에서 핵심이 되는 세라믹 부품으로 소재기술과 생산 설비, 제조기술이 확보돼 제품 개발 및 생산이 가능한 제품입니다. 그러나 국내의 소재 기술 및 설비 제작 능력은 경쟁국인 일본에 비해 떨어져 대부분의 원부자재 및 설비를 수입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위 부장은 “MLCC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MLCC 제조업체의 경쟁력 뿐만 아니라 기반기술인 원자재 및 설비 제작 기술이 경쟁국 대비 우위에 있어야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삼성전기가 맏형으로서 국내 전자 부품 소재 업계를 이끄는 데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그에게서 MLCC 분야에서 일본을 능가하는 현대판 고려 청자 재현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1963년 출생 ▲ 84년 연대 요업공학과 졸업 ▲1989 삼성전기 종합연구소 세라믹팀 입사 ▲1992년 한국과학기술원 재료공학과 전자요업재료전공 공학박사 ▲1992년 MLCC연구팀 선임연구원 ▲2001년∼ 현재 칩부품 제품연구 수석연구원

경력 ▲1994 삼성전기 기술상 수상 ▲1996 장은기술대상 (산자부장관상)▲ 2001 부품소재기술상 (기술부문대상,산자부장관상) ▲2001 자랑스런 삼성인상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내가 본 위성권 부장-삼성전기 전략팀 유제광 부장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24년 동안, 도중에 몇 년만 빼고는 서로 같은 대학, 대학원, 직장을 위성권 부장과 같이 함께 다닐 수 있었습니다. 항상 곁에서 지켜 봐왔고 동일한 학교와 직장 생활의 틀에서 같이 지내 왔다는 이유인지는 몰라도 위성권 수석은 나에게 어떤 특별함보다는 아주 평범함으로 다가 오기 때문에 특별함으로 표현이 되어 지는 특징을 열거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그동안 위성권 수석이 보여 왔던 모습 중에서 대학 시절엔 누구나 가진 적이 있는 ‘순수한 청년의 마음‘을 세월이 흘러도 아직까지 계속 간직하고 있다는 점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항상 옅은 미소와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고, 매사에 진지한 열정을 가지려 애쓰는 생활 자세는 때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으로부터 저절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위성권 수석은 대학원 입학 당시 국내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이 없었던 ‘전자세라믹‘분야에 대한 전공을 선택하고서, 앞으로 ‘전자세라믹‘기술이 전자산업에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 핵심재료기술이 된다는 믿음으로 남다른 열정과 끈기로 실험실 불을 밝히며 전자세라믹 재료연구에 힘을 쏟았습니다.

삼성전기 입사 후에는, ‘전자세라믹‘의 꽃이란 MLCC 제품의 기술개발에만 오직 15년 동안 매달리고 있는 데, MLCC사업이 현재의 사업규모로 성장하는 데 있어 기술개발의 선봉장으로서 혼신의 힘을 쏟아 왔습니다. 기업의 엔지니어가 다른 길로 빠지지 않고 하나의 기술전공 분야에서 한 우물을 깊이 파고 있는 모습은 이웃 일본기업에는 다반사이지만 국내에서는 많은 경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또한, 바쁜 직장 생활 중에도 전공의 깊이를 더 하기 위해서 국내외 학회에 열정을 갖고 참석하고, 선진기술에 대한 습득을 게을리 하지 않는 등 위성권 수석은 순수한 열정을 가진 엔지니어가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듯 합니다.

현재는 삼성전기의 1위 육성품목으로 있는 MLCC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신제품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몇 년 내에 ‘전자세라믹‘분야의 철옹성으로 일컫는 선진 세라믹 부품업체의 첨단기술과 어깨를 나란히 가져 갈 수 있는 MLCC의 핵심기술들을 위성원 수석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엔지니어의 열정을 통해 반드시 개발하리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