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퀄컴 횡포` 당하기만 할건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칩을 전량 국내 휴대폰업체에 전량 공급하는 퀄컴사가 독점적 위치를 앞세워 국내업체의 제품 생산에 차질을 주고 있다고 한다. 퀄컴은 선주문 후 공급 방식으로 국내 업체들과 칩 공급계약을 체결해 놓고 애초 계약보다 20∼30% 가량 물량을 줄여 공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업체가 생산라인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업체에 대한 퀄컴사의 불공정 거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갈수록 그 정도가 더해 진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퀄컴사는 이에 앞서 자사가 보유하는 이동통신 원천기술의 특허료 협상에서 국내업체의 로열티 재협상을 무시한 바 있다. 더욱이 국내기업이 중국과 합작 등으로 설립한 중국의 현지 생산법인까지 한국업체로 보고 중국업체보다 3%나 더 높은 로열티를 받아 온 것도 최근 드러났다. 퀄컴의 이런 로열티 정책은 우리 기업들과 약속한 최혜국 대우조차 지키지 않는 것이다.

 퀄컴사는 칩 공급에서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관행처럼 최근 1년간 국내 업체들의 주문량의 80% 정도만 공급해 왔다고 한다. 주문한 량을 모두 주지 않고 임의대로 줄여 공급한다면 국내업체들은 생산과 판매 전략을 어떻게 수립하란 말인가. 퀄컴 측은 재고부담을 우려한 조치라고 한다지만 그로 인해 국내업체만 골탕을 먹는다면 횡포가 아닐 수 없다. 일부 업체는 물량이 늘어나도 칩 공급량이 적어 시장공략에 적극 나설 수 없다고 한다. 심지어 삼성조차도 최근 신제품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cdma2000 1x EV DO 방식의 칩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국내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 정도가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래도 되는지 묻고 싶다.

 그뿐이 아니다. 퀄컴사의 칩 공급기간도 3-4개월 걸려 국내업체들이 시장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한다. 일부 업체는 편법으로 실제량보다 20-30% 가량 더 주문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도 있다고 한다.

 국내 업체는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그동안 불이익을 당할까 봐 제대로 항의조차 못했다니 정부는 뭘 했는지 모르겠다. 이제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차제에 정부와 업체가 공동으로 나서 불공정 행위와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 계약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계약을 지키지 않았을 때 피해 보상을 청구해야 한다. 개인 간 친밀도에 따라 칩 공급물량이 정해 진다면 계약서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이번에 바로 잡아야 국내업체들이 제품 생산에 차질을 주지 않고 시장공략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퀄컴사가 계약도 잘 지키지 않으면서 말로만 ’한국을 최혜국이며 국내 휴대폰업체들을 파트너’라고 하는 것은 이중적 행태로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국내업체들은 이와 함께 정부와 함께 중·장기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하루빨리 독자기술 개발에 착수해 핵심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해야 한다. 작년에 삼성전자와 팬택&큐리텔이 자체 개발 칩을 사용하거나 제3의 칩 사용 방안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업계가 공동출자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차원에서 퀄컴에 대항할 베이스밴드 칩을 개발해야 한다는 방안도 검토해 봐야 한다. 이런 다양한 개선 노력 없이는 퀄컴의 독점적 횡포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