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과학자여 자신감을 가져라

 지난 8일(현지시각)부터 미국 보스턴에서 전세계 나노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자가 한자리에 모여 극미세기술의 향연을 벌였다. ‘나노기술의 본고장’이라고 하는 미국에서 해마다 열리는 이 학회에서 한국 과학기술자들은 세계 4위의 논문 제출국이라는 결과를 내며 나노 강국으로 가는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총 656편의 논문이 제출된 이번 학회에서 한국 과학자들은 총 25편의 논문을 제출했고 이 중 5개 논문이 발표되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 대만, 영국에 이어 세계 4위며 일본을 앞지른 성과다.

 이번 학회에서 논문을 직접 발표한 서울대 방현우씨(26·박사과정)는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 결과에 주목하면서 질문 공세를 벌였다”며 “우리의 연구 성과가 세계 수준과 겨뤄도 손색이 없었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한국에서 갖지 못했던 과학기술인으로서 자신감을 여기와서 얻었다”며 “몇 년 후 이런 전시회에서 주제강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려보이는 외모와 달리 당차게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그는 자신감에 찬 한국 미래의 주역이었다.

 최근 세계적인 성과를 내는 국내 과학기술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이공계는 이런 성과에도 국제통화금융(IMF) 이후 최근까지도 여전히 심각한 패배주의에 휩싸여 있는 듯 하다.

 지금 대다수의 과학기술자들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이는 기술이 산업과 정책을 바꾸는 세계적 조류와 다른 모습임을 해외에서 새삼 확인하게 된다. 우리의 과기계 실상은 국제적 조류와 달리 정책과 산업이 기술을 좌우하는 역전 현상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이는 연구자들이 가졌던 자신감과 과학기술의 역동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늦은 시간까지 연구실에 불을 밝히는 젊은 과학자들이 많다. 그들의 연구성과는 세계 연구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충분한 자신감을 가져도 될 만큼 우리의 연구 성과는 빛을 발하고 있음을 이곳 보스턴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 과학자들도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자신들의 역할과 책임을 이야기해도 될 때가 됐다.

 <보스턴(미국)=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