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를 믿고 사업해야…”

 정보통신부의 정책결정 과정과 결과는 항상 초미의 관심사다.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 주거나 규제에 따르지 않으면 제재까지 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어서다. 경기가 어려운 요즘같은 때 과제를 선정해 특정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도 한다. 수천억원대의 정책자금도 투입한다.

 이 때문에 정통부가 정책설명회를 열거나 정책 책임자가 세미나 등에 참석하면 수많은 업체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정책 담당자의 한마디 한마디에 주의를 집중한다.

 그런데 정책 서비스 수요자에 비해 정책 공급자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보도자료나 브리핑, 세미나 등을 통해 내놓는 발표내용이 1년 새 조금씩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 때마다 “통신사업자 주주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부처와의 협력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해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정책내용을 이미 사업 계획에 적용한 업체들에겐 그야말로 청천벽력이다. ‘시늉만 낸’ WCDMA 상용화 시점이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은 방송법 의결과정에서 방송위나 국회 등과 손발이 안맞은 탓이라 쳐도 된다. 하지만 지난 해 8월까지 주파수를 할당키로 했다가 한 마디 변명도 없이 사라졌던 지상파위치정보서비스(LBS)정책에 이르면 할 말을 잃게 된다.LBS 관련 업체들은 거의 포기했는데 최근 주파수 할당계획을 통해 슬그머니 나타났다.

 이쯤되면 ‘누구를 믿고 사업을 해야 하느냐’는 업체들의 불만이 설득력있게 들린다. 기자가 취재한 한 사업자의 서비스 기획 담당자는 “보조금이라는 변수가 한 해동안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도무지 기획안을 만들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정통부의 ’서비스 정신’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정통부 공무원의 프리젠테이션이 상당히 세련됐다는 평이다. 진대제 장관의 영향으로 파워포인트 등의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을 활용한 설명에 익숙해진 게 큰 이유다. 그러나 역시 현란한 프리젠테이션기법을 동원한 최근 정통부 정책설명회에 실·국장급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고 총괄과장들이 설명을 대신했다. 정통부 정책서비스 수요자들은 현란한 정책설명 보다는 정책책임자의 책임있는 한 마디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