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리더스포럼] IT산업에 봄날은 오는가?

 작년은 우리 IT산업이 찬바람에 움츠린 한 해였다. 통계에 따르면 IT산업은 선진국의 경우 2002년 바닥에서 벗어나 작년부터 회복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1년 늦은 작년에야 바닥을 치고 올해부터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업의 투명성, 노동불안, 신용불안, 실업불안 등 사회적 문제들이 경제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기는 하지만 세계 경기 회복에 힘 입어 수출은 여전히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부도를 내거나 결손을 냈던 기업도 올해는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4월 총선을 앞둔 지금, 이런 기대와 희망은 조금 성급하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IT시장에도 진정 봄이 찾아 오고 있는가?

 우리는 스스로 IT강국을 건설하고 더나아가 아시아의 허브가 되자고 다짐했지만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것은 어쩌면 선진국을 모방하고 그들을 따라잡기만 하면 성장할 수 있었던 과거의 습성에 빠져 명확한 공동의 방향과 목표 없이 기업마다 각개전투에 열중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정보통신 제품이나 서비스는 독립된 기능을 수행하는 다른 산업과는 달리 서로 연결되어 망(Network) 개념으로 이용되는 특성 때문에 공유해야 하는 ‘표준’과 정부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정부가 방향과 목표를 분명히 하고 정책을 추진해야만 산업계의 잠재능력도 극대화될 수 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70년대 국산화정책, 80년대 디지털 기술을 확산시킨 전전자 교환기(TDX)개발, 90년대 광장비 개발과 전송기술의 확산 및 이동통신(CDMA)의 상용화 등 우리가 IT선진국이라 자부심을 갖게 한 결과물 모두가 정부 주도로 이루어졌고 또한 알찬 결실을 맺었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IT산업 재도약과 이를 든든하게 받쳐줄 정보사회의 정착이다. IT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정부는 ‘9대 신 성장동력’을 선정했다. 그러나 무슨 까닭인지 산업계의 호응은 기대보다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산업계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국가의 전략적 우선순위, 여러 기업이 협조해야 할 분야, 벤처기업의 상품시장 등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가 필요하다.

 정보사회의 정착을 위해 정부는 전자정부사업 추진을 통해 국민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행정효율도 높이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우리의 전자정부사업에 대해 세계 각국은 많은 관심을 보이며 성과를 높게 평가해 주고 있다. 그러나 세심한 준비 없이 실시되어 인감증명서와 주민등록표의 위조가 용이해져 범죄가 늘고, 사생활정보 유출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점은 여간 아쉽지 않다. 선진적인 정보사회로 향하는, 재도약을 꾀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서둘러 보완해야 할 것은 정보사회 추진에 따른 부작용을 극소화하는 작업일 것이다.

 IT산업의 불황은 세계적인 ‘4대 사기극’ 즉 ISDN, Y2K, 인터넷 열풍, IMT2000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행히 ISDN과 Y2K는 상대적으로 비용부담이 적었고, 정보사회의 특성과 위험을 국민에게 알렸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 열풍은 벤처기업을 양산함으로써 자원을 낭비하고 IT에 미래를 걸었던 젊은이들을 실망시키는 등 많은 부작용을 초래했다. IMT2000사업자 선정은 우리나라 IT역사상 대표적인 정책실패의 하나이다. 당시 유럽에서 이미 많은 문제가 제기되었음에도 종주국이라 자랑하던 CDMA기술과는 다른 기술을 사용하겠다는 사업자를 선정했다. 또한 사업자수를 배로 늘려 자원을 낭비했다. 어쩌면 기술력 부족과 불투명한 시장성 때문에 서비스도 제대로 못 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휴대 인터넷 같은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신문 기사를 읽으면 또다시 IMT2000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불안한 생각마저 든다.

 건국 이래 정보통신산업은 어려움을 겪으며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장관들을 비롯한 공직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산업계의 열정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 오늘과 같은 ‘IT강국’이란 말을 듣게 되었다. 이제는 길고 길었던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다시 힘차게 성장의 페달을 밟아야 한다. IT산업의 새로운 도약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정보사회의 정착을 위해 우리 모두 마음을 모아 다시 불을 댕기자.

◆정장호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장 jangho@maru.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