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탄핵 후폭풍`이 두렵다

 이제 참담함과 불안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각자 평상심으로 돌아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고 국정혼란을 막는 데 앞장서야 할 때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국회통과로 국정 전반과 사회에 미칠 엄청난 충격은 물론, 선장을 잃은 ‘e코리아호’가 표류 끝에 좌초 위기나 맞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가뜩이나 나라의 경제가 어려워 국가적인 분위기가 위축돼 있는 마당에, 대통령 탄핵은 우리 앞날에 또 하나의 우울하고 불길한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파탄지경인데도 정치논리에 밀려 끝내 대통령 탄핵이라는 막다른 길로 접어든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설령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정치적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지금 우리 경제는 장기적인 불황으로 인해 투자가 제대로 안 되고 실업자를 양산하는 악순환의 늪에 빠져 있다. 설상가상으로 심각한 가계부채에 청년실업, 소비위축 등 산적한 난제들을 안고 있다. 대선 자금 수사로 조사를 받느라고 기업 총수들은 경영에 제대로 전념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출이 기대 이상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것도 원부자재난이 겹쳐 걱정이다. 대통령 이하 모든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주저앉은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데 총력을 다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의 탄핵정국에서 우리가 자칫 잘못하면 절체절명의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던 날, 우려했던 대로 주가는 장중 한때 31포인트나 떨어지고 투매양상까지 보였다. 환율도 덩달아 급등해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일부에서는 장기적으로 볼 때 이번 사태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다소 난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지만 방심하거나 안일하게 대처할 일이 아니다. 외신들은 하나같이 한국의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국가신용평가에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탄핵 여파로 정부 정책 집행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경제 회복에 반드시 필요한 외국투자자들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 그간의 경험에서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정지된다. 그 기간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국정을 맡은 고건 총리에게 일단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국가 사령탑이 공석인 총체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 각료들이 부처 이기주의를 버리고 뜻을 모으는 자세가 필요하다. 긴급 각료회의에서 고건 대행은 일자리 창출, 가계부실 대책을 비롯한 기존 정책들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이번 사태로 자칫 행정 공백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럴 경우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는 기업들의 각종 인허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기업 활동에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업 관련 부서는 경제 활성화 시책을 예정대로 추진, 산업계가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또 정치권도 당리당략에 의한 소비적인 싸움을 그만두고 국가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데 적극 협조해야 한다. 경제가 살아나야 나라가 바로 서는 법이다. 탄핵정국에서 한 발 더 삐끗하면 우리 경제는 회생불능의 나락으로 빠져들지 모른다. 그만큼 우리는 지금, IMF 때를 능가하는 위급한 국가적 위기상황에 몰려 있다. 지금은 위기 극복에 국력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