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는 유토피아를 실현할 것인가.” “사이버 공간의 대리 자아와 진짜 나는 하나인가, 둘인가.” “IT를 모티브로 변화하는 정치·경제 네트워크에 우리는 어떻게 편승해야 할까.”
지난 주말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이틀간 열린 ‘IT의 사회문화적 영향 연구, 21세기 한국 메가트렌드’ 최종 연구 결과 발표 심포지엄에서 쏟아진 화두들이다. 이번 연구 작업은 4년간 총 3단계에 걸쳐 200여명의 국내 인문 사회과학자들이 ‘IT의 발전으로 인한 사회·문화적 영향’이라는 단일 대주제에 대해 집중 연구한 초유의 프로젝트라는 사실만으로 안팎의 큰 관심을 끌었다.
정치, 경제, 사회·복지, 문화, 철학 등 5개 부문에 대해 지난 7개월간 진행된 1단계 기초 연구에만 15억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됐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세계 초일류 인터넷 강국이라는 화려한 명성에 비하면 IT를 인문 사회 과학적 명제와 접목시킨 이번 시도가 늦은 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정책 당국은 물론 산·학·연, 일반인들에게 IT가 한국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야기했으며 이에 따라 미래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환기시켰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간과해서 안 될 것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자화자찬만 하기는 이르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대응 방안 수립과 실천이다.
불과 1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 급속한 IT 성장을 거둔 우리나라는 정보 사회의 명암을 동시에 경험했다.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과 안면 몰수 경향, 스팸메일, 개인 정보 유출 및 사생활 침해 등은 소수 특권층이 아닌 사회 전반의 고민이다. 인터넷 시민운동과 정치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사회의 근간을 바꿔놓고 있다.
정통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이르면 오는 4월부터 진행될 2단계에서 구체적인 사례들을 보완하고 연구 범위를 풍부하게 확장할 계획이다. 그 동안의 땀과 결실이 껍데기뿐인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천적 고민의 흔적을 도출해 내야 한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