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업계, KTF 최저가 입찰제 `몸살`

인빌딩 듀얼밴드 중계기 출혈경쟁 재연

 최근 최저가 입찰제도로 진행된 KTF 인빌딩 분산시스템 부문 듀얼밴드 중계기 입찰에서 업체간 출혈 경쟁 구태가 재연됐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서도 최저가 입찰의 부작용이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15일 KTF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입찰에서 쏠리테크 등 3개 업체가 구매예정가(예가)의 50%에도 못미치는 금액으로 낙찰받아 장비를 공급키로 했다. 이에 따라 최종 공급 업체로 선정된 3개 업체는 물량을 많이 배정 받으면 받을 수록 손해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이르면 이번주로 예정돼 있는 소형·초소형 듀얼밴드 중계기 입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여 이번 입찰에 참여한 중계기 업체들은 낙찰 여부를 떠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예고된 출혈 경쟁=인빌딩 분산시스템 입찰에 참가한 업체들은 ‘이번 낙찰가가 예가의 50%보다 밑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며 실제는 이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낙찰이 이뤄졌음을 암시했다.

 이 같은 출혈 경쟁은 처음 개발하는 장비임에도 불구하고, 최종 공급 예정 기업의 1.5배수를 밴치마크테스트(BMT)를 통과시키면서 예견됐다. 듀얼밴드 중계기의 경우 이동통신업체들 중에서도 KTF만이 도입을 추진하는 장비로 이번 공급이 무산되면 그동안의 연구·개발 비용을 고스란히 손실로 남겨야 한다. 때문에 BMT 통과 업체들에겐 일단 출혈을 무릅쓰고라도 공급권을 따야 하는 다급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향후 SK텔레콤이나 LG텔레콤에서 듀얼중계기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이번 장비 개발에서는 KTF만이 요구한 특별 스팩이 많아, 다시 처음부터 개발에 들어가야 한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위다스·이스텔시스템즈·영우통신·에프알텍·지티엔티·단암정보통신·에이스테크놀로지·액티패스·현광정보통신 등 이달중 입찰이 예정돼 있는 소형·초소형 듀얼밴드 중계기 부문 BMT 통과 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KT·장비업계 “공멸의 길”=문제의 출발은 KTF의 최저가 입찰 방식에서 시작됐지만, 모든 문제를 KTF의 잘못으로 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낙찰받고 보자는 심리가 가세한 것이기는 하지만 장비 업체 관계자들 역시 예가의 50% 이하에서라도 낙찰받자는 것은 ‘해도 너무 한 것’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추후 부대효과를 제외한 단편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중계기 납품 업체들은 공급량이 많을수록 큰 손실을 입는 셈이다.

 값싸게 납품 받는 KTF의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만에 하나, 장비를 공급했던 업체가 부도가 나기라도 한다면 유지보수 등 사후 관리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또,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협력업체를 확보해 다른 이통사들과 경쟁력 우위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도 장기적인 손실은 불가피하다.

 ◇“합리적 접점 찾아야”=지난해까지 최저가 입찰을 통해 장비를 구입하던 KT의 경우 올해부터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유지보수, 제품의 성능 등을 전체적으로 반영하는 ‘TCO(총소요비용)’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미, 최저가 입찰제도의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학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KTF의 입장은 최저가 입찰 제도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파악하고 있지만, 이제 막 도입한 제도이니만큼 좀 더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결국 이달 안으로 공급업체 선정이 예정돼 있는 소형·초소형 듀얼밴드 중계기를 포함해 당분간 KTF의 입찰에서 장비업체간 출혈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장비업체 관계자는 “최저가 입찰제도의 문제점은 이미 시장에서 수 없이 지적돼 온데다 KT조차 개선을 시도하고 있는 시점에서 KTF가 이같은 제도를 계속 시행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합리적 접점을 최대한 빨리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기범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