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변하고 싶어한다. 그 중 가장 우선인 것은 경제발전일 것이다. 그러나 경제는 국제사회의 협조를 받아야 하고, 협조를 받으려면 상당 부분 외부와의 접촉이 불가피하다. 즉 상호 교류와 개방이 없이는 국제사회의 협조를 기대하기는 극히 어렵다는 것이 지금까지 북한이 시험해 본 한계다.
그런데 북한은 정치체제에 대한 불안감이 너무 심해 쉽사리 개방의 문을 활짝 열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문을 굳게 닫고 핵무기를 확보한 후에 그들이 원하는 방식의 변화와 경제발전을 도모하려던 숙원도 이제는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에 봉착했음을 절감하고 있는 듯하다.
변해야는 하겠고, 이를 더 이상 미룰 수만도 없어 체면을 유지하면서 나진 선봉이나 신의주를 열어 국제사회의 참여와 지원의 요청을 기대해 보았으나 그들의 진지한 변화의 의지를 국제사회가 믿어주지 않아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음을 통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북한이 근래 몇 년간 금강산과 개성, 그리고 극히 제한적이지만 평양 인근까지를 열어 보이는 등 북한 나름의 진전되고 진지한 변화의 의지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런 변화의 조짐 속에서도 북한의 과학기술의 교류란 다분히 군수산업, 특히 핵 혹은 생화학 무기개발을 위한 분야에 치중되어 있다.
비교적 탄탄한 기초 과학이나 순수과학 분야도 매우 취약한 산업규모, 환경 등으로 인하여 산업화하지 못한 채 사장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몇 년간 IT·BT 분야에 일본의 조선동포나 독일 등 유럽의 몇 나라, 특히 한국기업들과의 기술지원에 의하여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긴 하지만 여전히 그 수나 규모면에서 산업화, 산업협력 단계에 들어섰다고는 보기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북한사회는 변하고 싶어하고, 본의든 아니든 변화되고 있는 모습이 적지 않게 감지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경제의 환경과 인프라가 너무 열악하다는 것이다. 특히 전력, 상하수, 도로, 항만 등의 일차적인 인프라도 전무한 실정인 것이다. 장거리 유도탄을 여러 차례 시험을 하며 자신들의 과학기술을 과시하곤 해온 것을 보면 북한엔 우수한 기술인력이 상당히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북한에도 명석한 젊은이들을 교육시키는 유수한 대학이 있다. 인문사회 분야는 김일성종합대학이 있고 자연과학 분야는 김책공과대학이 대표적이다. 역사나 고증, 체제 이념, 기초과학, 순수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나름대로 학문적인 업적을 이루고 있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이 대표적인 두 대학에서 길러낸 인재들이 응용과학이나 산업공학을 발전시키고 시장경제를 선용, 활용할 수 있는 인재로 활용 못 되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하지만 체제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의 체제 변화에 대해 비판했던 그들이지만 중국의 경제발전의 위력 앞에서 북한의 최고지도자들도 이미 오래 전에 입을 다물었다. 그들도 변화하고 싶은 것이다.
그 동안 북한의 경제를 돕겠다는 명분으로 몇몇 나라가 진출을 시도했었다. 금융기관도 들어갔다. 현대의 금강산 관광사업과 평양 체육관 기증 공사도 있었다. 경인, 경원선이 개통을 서두르고 있고 개성공단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엄청난 변화이다. 그러나 아직은 어느 것도 성공적이라고 평가받은 것은 없다.
불행한 것은 우리가 북한을 지원할 때마다 그들의 극단적인 체제방어적 수구적 자세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민족 통일을 위한 남북협력 추진이라는 숙명적인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는 앞날을 겁내고 있는 북한의 속사정도 감안해야 하는 인내와 지략을 가져야 한다. 오는 2006년이면 평양에 평양과학기술대학이 개교한다. 평양과 기대를 중심으로 북한이 많은 나라들과 산업기술, 과학기술 교류를 활발하게 교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동시에 새롭게 변화는 북한의 경제, 기술사회를 이끌고 감당해 갈 인재들이 하루빨리 육성되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최청평 동북아 교육문화협력재단 본부장 cpchoi@shinbi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