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하이닉스 기술력

 ‘200밀리 웨이퍼 라인 공장에는 한 푼도 지원할 수 없다. 하지만, 300밀리 생산라인에는 10억달러 정도를 지원하겠다.’

 중국 정부의 하이닉스반도체 ‘첨단기술’에 대한 구애가 계속되면서 하이닉스의 고민이 커져만 가고 있다. 더욱이 그 고민은 너무나도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성급한 결론 도출도 쉽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변에서는 아직 하이닉스와 채권단으로서는 내부 검토도 마무리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돌면서, 이제 조만간 뭔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분명한 것은 하이닉스의 기술력은 아직 중국은 물론 해외 주요 반도체업체들까지도 욕심을 가질 만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의 의사도 분명하다. 첨단기술만 가지고 온다면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실제로 하이닉스의 중국 진출과 관련해 유럽·대만 등 외국업체들의 동반 진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하이닉스와 채권단, 그리고 우리 정부로서는 ‘첨단 반도체기술의 중국 유출’이라는 부담과 이에 따른 중국 반도체산업의 ‘부메랑 효과’를 간과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LCD 생산업체인 비오이하이디스의 예는 하이닉스의 결정에 참고가 될 수 있다. 이 회사가 한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은 적지 않다. 일단 국내 장비업체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경영 정상화에 따른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중국회사냐, 한국회사냐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고 아직도 일부에서는 기술유출 문제를 우려하기도 한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지난해 3·4분기와 4·4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냈으며 올 1·4분기 역시 지난 분기 이상의 영업이익이 확실시된다. 하이닉스는 대규모 투자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부분 공정의 미세화, 품목 다양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소극적이지만 착실히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미래를 볼 때 현재의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국의 유혹은 매력적이지 않을수 없다. 반면 첨단기술의 유출에대한 우려도 그에 못지않게 높아지고 있다.

 이제 공은 채권단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과연 어떤 결정이 채권단 스스로는 물론 하이닉스, 나아가 한국경제를 위한 길인가를 고심해야 할 시점이다.

 <디지털산업부·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