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상태이거나 대규모 감자를 실시한 부실 통신사업자들의 자력회생 행보가 본 궤도에 올랐다. 이에 따라 지난 해 통신시장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며 뜨겁게 달궜던 유선통신시장 구조조정은 당분간 수면 아래 머물 전망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시장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부실을 키운다는 지적과 정상적인 부실기업 정리과정이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자력회생, ‘우리식대로’=두루넷(대표 박석원)은 최근 옥션과의 공동마케팅을 통해 신규 가입자당 7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주거나, 지역별로 현금보상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그 영향으로 지난 해 법정관리를 시작할 때에 비해 가입자는 오히려 1만3000명 가량 늘어났다. 투자부담이 있는 무선랜 사업은 일단 폐기했으나 하반기 인터넷전화(VoIP) 사업 추가를 준비하고 있다. 매각을 감안하지 않는 온세통신(대표 황규병)은 더 적극적이다. 올해들어 개인홈페이지, 지능망 전화 세이원넘버 등 신규서비스를 내놓고 유무선 포털, 콘텐츠 사업 등을 준비중이다. 이동전화 재판매 사업에도 발을 들였다. 마케팅에만 올해 150억원을 투입한다. 이들 회사는 각각 자력회생 내용을 담은 정리계획안을 인가받고 관리인이 아닌 대표이사 체제에 진입했다. 세아홀딩스를 새 주인으로 맞은 드림라인(대표 이승일)은 전용회선 사업에 초점을 맞췄다. 이 회사는 재무구조를 안정화한 데다 도로공사망을 확보하고 있어 파워콤과 대립각을 세우며 구조조정의 또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부실만 키운다(?)=두루넷 관계자는 가입자 유치에 무리한 비용을 투자, 부실을 키운다는 지적에 대해 “마케팅 비용투자는 법원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해 3분기 154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4분기에도 개선이 안된 가운데 법정관리 진입 이후 또 다른 채무가 생겨나고 있다. 회사측은 가입자의 개인당매출(ARPU)이 낮은 점 등이 문제지만 지난 2002년 분기 영업손실이 700억원 수준이었던 데 비하면 개선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루넷 인터넷 가입자는 지난 해 12월 이후 감소세에 접어들어 어려운 형국이다. 이 때문에 관리인의 자력회생 방침과 갈등을 빚은 한 임원이 사임한 사태도 벌어진 바 있다. 온세통신의 경우 올해 5200억원의 매출과 700억원의 영업이익을 구체적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해에 비해 각각 1000억여원, 500억여원 늘어난 수치. 그러나 지난 1, 2월 매출은 각각 300억원, 310억원에 그칠 전망이어서 목표달성엔 먹구름이 끼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부터 순이익을 올린다는 목표”라며 “채무상환에 10년을 잡고 있지만 3∼4년내 법정관리에서 탈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 엇갈려=KISDI의 한 연구원은 “지금까지 법정관리 기업들의 처리 과정에서 채권자나 주주의 이익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시장기능에 따라 부실기업을 연착륙 혹은 회생시키는 절차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통신사업자의 시설투자가 IT시장을 견인하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에서는 시장발전의 저해요소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많다. 윤창번 하나로통신 사장은 “두루넷, 온세통신과 같은 법정관리회사를 지속적으로 법정관리체제에 두는 것은 국내 통신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갑영 연세대 교수도 “부실기업이 법정관리상태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시장에 좋지 않다”며 “통신시장 구조조정을 위해서라도 사업자의 핵심 역량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홀로서기 묘수인가 부실 키우기 자충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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