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오페라의 ‘오페라’

 세계적 오페라 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은퇴했다고 한다. ‘거구’에 짙은 구렛나룻 수염이 인상적인 그는 최근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마지막 오페라 공연을 갖고 43년간의 기나긴 음악활동을 마감했다. 외신에 따르면 당시 극장을 가득 메운 4000여명의 관객들은 오페라 무대를 떠나는 그에게 11분 동안 긴 환호를 보내며 그의 은퇴를 아쉬워했다고 한다.

 파바로티가 오페라 무대와 작별을 고한 것과 달리 세계 정보기술(IT)업계는 떠오르는 ‘오페라’에 시선을 보내고 있다. 노르웨이 웹브라우저업체 오페라소프트웨어가 그 주인공인데, 지난 95년 설립된 이 회사는 이달초 노르웨이 증권거래소에서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를 마치며 세계 IT업계에 ‘화려한 신고식’을 올렸다.

 이 회사는 ’텔레노르’라는 노르웨이 통신업체에 다니던 두 명의 개발자가 설립했는데, 창립 1년 뒤인 96년 ‘오페라 2.1 포 윈도’라는 브라우저를 인터넷상에 처음으로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다. 오페라 브라우저는 2001년 9월 한달간 무려 200만건 다운로드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오페라’ 브라우저의 장점은 속도가 빠르고 콤팩트하다는 점이다. ‘덩치‘가 작은 만큼 필요한 메모리 용량도 다른 브라우저들보다 작은 이점이 있다. 이 때문에 휴대폰, 개인정보단말기(PDA)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점차 사용이 늘고 있는데 노키아, 소니에릭슨 같은 굴지의 통신업체들이 오페라 브라우저를 사용하고 있다.

 또 IBM, 샤프 같은 대형 IT기업들도 오페라와 협력관계에 있다. 오페라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AOL의 ‘넷스케이프’에 이어 세계 3위 웹브라우저로 자리잡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작지만 강한 기업’ 오페라가 앞으로 어떤 ‘오페라 쇼’를 보여줄지 자뭇 기대된다.

방은주 국제기획부 팀장 ejbang@etnews.co.kr